장선거 이견 커 “산 넘어 산”/양김회담과 8월 정국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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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자 양보여지 적어 협상카드 마련 고심/민주 “여론화살 피하자”… 국민선 소외걱정
김영삼민자·김대중민주당대표가 빠르면 8월1일 만나 8월 임시국회소집에 합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대중대표의 방향선회에 따라 3당대표의 교차회동이 잇따를 전망이나 자치단체장선거에 대한 여야입장차이와 속셈이 워낙 달라 교착정국의 타개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민자당은 김대중대표의 태도변화를 적극 활용해 양김회담 및 8월 임시국회소집을 통한 정국 정상화를 만들어내려는 기대를 갖고 있다.
민자당측은 두김씨가 만나 원구성 등 완전정상화에 합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장」선거 등 협상카드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민자당 지도부는 야당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견딜 수 없어 국회정상화에 응할 것으로 장담해 왔으며,양김회담의 개최에는 낙관적이다. 그러나 내용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이다.
즉 민자당이 장선거문제에 관한한 양보의 여지가 없으므로 민주당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차기대통령의 재량권(시기선택)과 대선법 공정성보장을 위한 선거법 개정을 카드로 내놓을 예정이다.
민자당은 민주당이 장선거와 국회정상화문제를 떼어내 장선거 타협이 안되더라도 8월초순 임시국회·상임위구성에 응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순진한 희망사항」이 될지도 모른다고 경계하고 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민주당은 시간을 끌어 8월12일 영등포을 재검표를 지켜보고,헌법재판소가 장선거연기 위헌여부 판결을 서두르도록 자극하며 이른바 장선거파행분위기를 9월국회,나아가 대선까지 끌고가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국회가 열리더라도 김대중대표가 원구성 등 내용상의 정상화에 쉽게 응하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분석이다.
그래서 당지도부는 국민당과 8월초순 임시국회를 열어 정상화를 「강행」한다는 구상도 검토하고 있다. 의장직권으로 민주당의원을 상임위에 배정하고 위원장을 선출해 원구성을 마친다는 것이다. 김용태총무는 『마냥 끌려만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대중민주당대표는 양김회담에 나설 마음을 굳히고 하나 둘 장애물을 치우고 있다.
그는 27일 단체장선거 문제를 받아주지 않으면 대표회담 불가의 완강한 기존 입장을 풀어버렸다.
대신 8월 새 임시국회를 민자·국민당끼리만 해선 안된다는 조건을 새로 내걸었지만 민자당이 민주당을 빼놓는 국회를 소집하지 않겠다고 할 것이 뻔한 만큼 이는 사실상 조건없는 회담 수락이다.
그는 회담필요성을 느낀데 대해 『대표회담을 열어 정국을 풀라는게 국민의 바람이고,올림픽기간에 민자당이 국회를 열어 단체장선거연기를 날치기할 우려때문』이라고 회담에 시큰둥한 당직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말하자면 국민여론의 화살을 피하고 그가 판단하는 민자당의 국회 변칙운영 속셈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회담 자체를 안하겠다고 무작정 버티다간 정국파행의 책임을 더 많이 뒤집어쓸까 걱정하는 그로선 탄력성이 있음을 보이고 싶은 것이다.
여기에 김영삼­정주영대표의 「묵계설」이 그를 서두르게 했다. 민주당이 파악하기론 김영삼대표가 정 대표에게 현대와 관련한 모종의 「선물」을 주는 대가로 8월 국회를 민자·국민당만으로 열어 상임위원장선출(원구성)에 이어 국민당 묵인속에 단체장선거문제를 변칙처리키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민자·국민당끼리만 덜컥 국회를 열때 국회밖에서 홍보해봤자 여론을 자기편으로만 유리하게 붙잡아두기가 쉽지않음을 알고 있는 것이다.
쉽게말해 대선을 향한 8월 정국관리를 위해선 정상화를 위한 강한 몸짓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낀 셈이다.
물론 정국 물꼬를 틀어막은 단체장선거문제에 대한 뚜렷한 소득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듯하다. 다만 단체장선거문제를 풀지 못한다해도 그 부담은 회담제의를 한 김영삼대표쪽에 더 많이 갈 것으로 보고 있다. 김대중대표는 두 대통령후보가 만나 무언가 「작품」을 내야한다는 부담을 들어 김영삼대표에게 새로운 카드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장」문제에 아무런 성과가 없더라도 김대중대표는 문을 박차고 나가지 않을 것이며 국회의 모양갖추기를 위한 합의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민당은 겉으로 양김회담성사를 바라면서도 내심으로는 양김 주도정국에서의 소외를 걱정하고 있다.
국민당은 단체장선거 연내실시와 함께 국회정상화를 계속 주장해왔으며,실제로 소속의원 대다수가 「무조건 등원」을 지도부에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선승리라는 궁극적 목표에서 볼때 양김회담으로 시작될 가능성은 상당한 감표요인이 아닐 수 없다.
정 대표가 27일로 예정된 김영삼대표와의 회담을 일방적으로 유보선언한 것도 양김회담에 매몰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김정남총무도 이같은 소외가능성을 우려,지난 23일 3당총무회담에서 『양김회담을 환영하지만 최종결론은 3당대표회담에서 처리돼야 한다』고 「정대표 포함」을 강조해 왔다.<박보균·김진·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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