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억원 연봉 포기하고 나의 길 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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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금융계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인 김도우(45.미국명 다우 김.사진) 메릴린치 글로벌마켓 투자은행 부문 공동사장이 회사를 떠나 사모펀드 창업자로 변신한다.

메릴린치는 16일(현지시간) "김 사장이 사모펀드 창업을 위해 연말 안에 회사를 떠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스탠리 오닐은 발표문에서 "김 사장이 자신의 회사를 운영함으로써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익을 계속 창출하기 위해 그와 협조하며 일하겠다"고 밝혔다.

메릴린치 대변인인 제이슨 라이트는 "김 사장은 한번도 자신이 CEO가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며 "그가 원하는 것은 거래"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당분간 메릴린치의 고문으로 일할 예정이며 그가 차릴 사모펀드의 첫 고객은 메릴린치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메릴린치가 김 사장을 길렀고 그와 함께 일하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라며 "메릴린치는 여전히 그를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마켓 수석 부사장을 거쳐 2003년에 공동사장에 오른 그는 지난 3년 동안 메릴린치의 투자 수익을 두 배로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현물시장 거래에서 많은 수익을 내는 한편, 2004년 천연가스.전력을 취급하는 엔터지-코치사를 8억 달러에 매입해 회사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 그 덕에 김 사장은 지난해 3700만 달러(350억원)의 연봉을 받아 메릴린치 내에서 오닐 CEO 다음으로 수입이 많았다. 전년에 비해 32% 오른 액수다.

이같은 고액 연봉에도 불구, 그가 회사를 떠나기로 한 결정과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헤지펀드 시장의 금전적 유혹이 얼마나 큰 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표현했다. 실제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이중 고소득자들은 지난해 10억 달러 (9200억원)이상씩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인도네시아 재벌그룹인 코린도 김동환 부회장의 아들로 한국에서 태어나 싱가포르와 미국에서 성장했다. 그는 펜실베이니아대와 이 대학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 매뉴팩처러스 하노버 은행에서 6년간 일했다. 메릴린치에는 94년 입사했으며 2000년부터 글로벌 업무를 총괄했다. 지난해 '뉴욕 아시안 아메리칸 연맹(AAFNY)'이 제정한 '올해의 인물상'을 받기도 했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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