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얼떨떨…집에 가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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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첫 금메달 영광 안은 여갑순
무명의 한국 풋내기 여자 총잡이가 바르셀로나 올림픽 대회 첫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일거에 「지중해의 히로인」으로 부상했다.
여갑순은 시상대에 올라가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도 그 흔한 눈물 한방울을 보이기는 커녕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투의 천진난만한 미소로 일관해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기 바쁜 감독, 코치들을 무안케 할 정도였다.
『얼떨떨해요. 지금 당장 서울에 있는 엄마, 아빠 그리고 학교 친구들이 보고 싶어요』
다음은 일문일답.
- 어느 시점에서 우승하리라는 것을 확신했는가.
▲ 내가 앞서 간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우승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오로지 총 쏘는데만 전념했다.
- 결선 경기 10발 중 마지막 두발은 9점대로 흔들렸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었나.
▲ 왠지 모르게 몸이 별로 좋지 않았다. 최근에도 컨디션은 나쁜편이 아닌데도 총 맞는 기분이 좋지 않아 내심 걱정을 했다.
- 오늘 경기에 임하면서 특별히 구상한 작전이 있었나.
▲ 작전을 세우거나 특별한 구상을 한 것은 없다.
그냥 연습 때 하던 것처럼 덤덤히 쏘았는데…(웃음)
- 최근 들어 기록이 갑자기 좋아진 비결은.
▲ 비결같은 것은 없다.
동료들과 선배언니들이 주위에서 많은 독려와 도움을 주어 큰 힘이 됐다.
- 올림픽과 같은 경기에 임하면 떨리지 않나.
▲ 경기를 편안하게 하는 편이다.
어떤 때는 긴장이 되기도 하지만 그럴 때는 호흡을 길게 하거나 코치선생님이 가르쳐 주신대로 기초 사격술에 따라 마음을 가다듬는다.
- 바로 왼쪽에 세계 최고의 사격수라는 불가리아의 레체바 선수가 있었는데 신경이 쓰이질 않았나.
▲ 레체바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선수이고 특히 경기운영이 탁월한 점이 늘 부러웠다.
그렇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레체바가 있다고 해서 신경이 쓰이거나 주눅이 들지는 않았다.
- 지금 제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잠을 실컷 잤으면 좋겠다.
- 앞으로 계획이나 포부는
▲ 이제 18세다.
능력이 되는데 까지 선수생활을 계속하고 싶고 다음번 올림픽에서도 우승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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