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나이에 끝까지 "평정심" 갖고 대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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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우승의 순간이 이렇게 짧을 줄이야…」.
이 순간을 위해 1년을 하루같이 노심초사했던 것을 생각하면 인생은 참으로 공허하다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다.
사격에서 과거의 1등은 별 의미가 없다.
다시 쏘면 또 금방 순위가 바뀌는 경기가 사격이다.
그래서 과거 무슨무슨 대회 금메달 리스트 등은 옛날의 운이 한번 좋았었다는 뜻이지 제일 총을 잘 쏜다는 뜻은 아니다.
이번 대회에 갑순이와 같이 총을 쏜 이 종목 세계기록 보유자인 EUN의 체르카소바는 5위를 했고 지난 5월 바로 이 자리에서 우승한 홈팀 스페인의 페르난데스는 예선에서 탈락했다.
그래서 사격은 다만 최선의 순간을 위해서 몸과 마음을 하나로 결집시켜 노력하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신사의 스포츠」라고 한다.
그래서 사격인들은 사격이 인생과도 닯았다는 말을 자주한다.
그런면에서 갑순이의 금메달은 대견스럽기 그지없다.
결과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평소 연습이 안좋을 때 스스로에게 짜증을 낼 줄 알고, 어린 나이에도 결선이라는 가슴 졸이는 현장에서 더구나 백전 노장들인 동유럽의 전문 총잡이들과 맞불어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끝내 금메달을 획득했으니….
특히 축구의 페널티킥격인 결선에서 최고 점수를 내며 1위로 올라온 레체바 등 세계 톱 클래스의 선수들을 물리쳐 준게 더없이 고맙다.
결선에 오른 8명중 아시아계는 한국선수 뿐이며(나머지는 전부 유럽) 그것도 한나라에서 2명이나 결선에 오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80년대까지 만도 한국 사격은 세계 무대는 물론 아시아에서조차 명함을 내기도 어려웠을 정도로 초라했다.
한국사격, 특히 선수 층이 두터워 대표 선발 때마다 대표가 바꿔는 공기소총은 감히 세계 정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아 ! 바르셀로나여. 아 ! 한국사격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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