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있는아침] '너를 부르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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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너를 부르마' - 정희성(1945~ )

너를 부르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하마

아무데도 보이지 않아도

내 가장 가까운 곳

나와 함께 숨 쉬는

공기여,

시궁창에 버림받은 하늘에도

쓰러진 너를 일으켜서

나는 숨을 쉬고 싶다.

내 여기 살아야 하므로

이 땅이 나를 버려도

공기여, 새삼스레 나는 네 이름을 부른다.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 전에도

그 이름을 부른 뒤에도

그 이름 잘못 불러도 변함없는 너를

자유여



그렇지 않은가.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이라 할 것이다. 사랑은 그리 멀지도, 그리 어렵게 있는 것도 아니니, 불러서 그리우면 사랑아, 사랑아, 자꾸 그냥 부를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그대가 공기처럼 내 몸의 안팎에 있고, 그대가 있어 내가 지금 숨 쉴 수 있음을 아나니. 오월에 쓰러진 풀이여 너를 일으키마. 오월에 우는 새여 네 노래로 푸른 공기의 면류관을 짜리. 그러니 지금 자유로운 자는 물으라. 어떻게 우리가 자유로워졌는가를.

김선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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