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증(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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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7세기 막바지에 이르면서 유럽의 여성사회에서는 가슴을 가능한한 많이 드러나게 하는 패션이 대유행이었다. 심한 경우엔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과감하게 노출하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었다. 남성들에게는 더 없는 눈요기감이 되었지만 일부 도덕주의자들은 그같은 여성사회의 풍조를 크게 개탄했다.
『여성들은 「나 벌거벗었어요」라고 나 말하듯이 옷을 입는다. 그따위 옷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상의의 가슴을 넓게 판 부분은 지옥의 입구며,드러난 젖가슴은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악마의 비프스테이크다.』
여성의 노출은 물론 아름답게 보이기 위한 여성적 욕망의 한 표현이다. 그러나 그 노출이 상식적인 선,도덕적인 기준을 넘어섰을때 그것이 일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단순치가 않다.
여성이고 남성이고 간에 과다한 노출은 변태적인 도착증세의 하나로 꼽혀왔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노출증적인 충동을 갖는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이 음부를 노출하고자 하는 것이 자기애의 첫단계이며,노출증적 충동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성장과정에서 자기억제에 의해 그같은 증세가 교정되지 않으면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남에게 보임으로써 성적쾌감을 얻는 성적 도착증세로부터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정신분석학에서의 일반화된 이론이다.
성적도착증세 가운데 하나로 절시증이라는 것도 있다. 영어로는 「피핑 톰」(Peeping Tom)이라 하는데 몰래 엿보는 것으로 성적쾌감을 얻는 증세를 일컫는다. 노출증이 여성에게 많다면 절시증은 남성에게 많다는 특징이 있다. 이 절시증도 태어나면서부터 누구나 갖게 되는 본능적 충동이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여성들의 노출증이 남성들의 절시증을 부추기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여성들의 과다한 노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유행을 따르려 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탓할 생각은 없지만 그같은 풍조에 뒤따르는 부작용이 걱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그로 인한 성범죄,특히 청소년들의 충동적 성범죄가 무시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미에 대한 새로운 개념정립이 필요할 것 같다.<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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