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대표 영남서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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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영남색으로 화장을 고치고 있다. 최근 영남 출신 거물급 인사들이 속속 영입되고 있는 데다 당의 간판이 될 의장 경선에 영남 인사들의 무더기 출마가 점쳐지면서다.

상임중앙위의장과 상임중앙위원 등 5명을 뽑는 내년 1월 11일 전당대회에서 최소 4명 이상의 영남권 인사가 후보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에선 '영남대표론'까지 나온다. 내년 총선의 최대 격전지가 될 영남지역에서 승기를 잡지 못하면 전체 승부가 어려워진다는 절박감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열린우리당 정윤재 부산 사상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은 "내년 총선에서의 영남권 승부가 전체 총선은 물론 총선 이후 정국운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부산 친노(親盧)그룹의 대표격인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부산 영도)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의장 출마를 선언했다.

金전장관은 "검증되지 않은 지도력과 조직 장악력에 확신이 가지 않는 사람에게 한번쯤 시험삼아 당의 운명을 맡길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경선 유력 주자인 정동영 의원을 겨냥한 발언이란 해석이 나왔다. 여권 내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는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경남 남해)과 김태랑 전 의원(경남 밀양-창녕)도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얼마 전 한나라당을 탈당한 김혁규 전 경남지사도 막판에 경선 참여를 선언할 가능성이 크다.

영남권 선거인단은 전체 선거인단의 35% 정도를 차지한다. 투표방식도 1인2표제다. 그래서 "후보를 단일화하면 영남의장이 확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의장이 어렵다면 중앙상임위원이라도 해야 한다는 서로의 욕심을 채워줄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동영-천정배-신기남 트리오가 전격 후보 단일화를 이뤄낼 경우 영남대표론은 허무하게 주저앉을 공산이 더 큰 상황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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