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가 노조간부에 2천만원 주고 "상급단체 바꿔라" 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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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노동부 서울북부지방사무소는 18일 노조의 상급단체를 변경해 달라며 노조간부에게 돈을 건넨 혐의(부당노동행위)로 서울 강북구 미아동 모택시회사 대표 崔모(50)씨를 구속했다.

사업주가 노조 간부를 매수해 상급단체를 바꾸려다 구속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崔씨는 올해 7월 민주노총 소속인 회사 노조를 한국노총 산하로 변경해 달라며 노조 부분회장.사무장.쟁의부장 등 3명에게 2천만원을 준 혐의다.

崔씨는 또 조합원의 노조 탈퇴를 유도해 1백30여명에 이르던 조합원을 10명으로 감소시키는 등 노조 와해를 시도한 혐의도 받고 있다. 돈을 받은 노조간부 3명에 대해서는 경찰이 배임.횡령 혐의로 조사 중이다.

노동부 조사 결과 崔씨의 돈을 받은 노조간부들은 곧바로 임시총회를 열어 상급단체 변경안을 상정했으나 부결되자 일주일 뒤 다시 총회를 열어 변경안을 통과시켰던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과격한 이미지를 가진 민주노총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 노선을 띠는 한국노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사건도 이런 경향이 빚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강북구청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노조설립변경신고를 반려해 실제로 상급단체 변경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산하 민주택시노조의 분회이므로 총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택시노조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데도 승인 없이 총회를 열어 결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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