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판사람들 「굴러온 횡재」/정건중 구속으로 “불난집서 군밤주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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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철원·예산 27만평 매매계약 맺은뒤 해약상태/37명이 받은 4억7천만원 돌려줄 필요없어
땅사기가 「꾼」들에게 땅을 팔기로 했던 원래의 지주들에게 횡재수를 안겨주었다.
정보사부지 매각사기사건의 정건중씨(47)가 9일 구속되면서 정씨가 매입계약했던 강원도 철원·충남 예산일대 땅 주인들이 계약금으로 받은 4억7천여만원을 고스란히 위약금으로 챙기게 돼 정씨일당의 규모에 비해서는 「푼돈」인 셈이지만 「불난 집에서 군밤을 줍는」 재수를 만났다.
정씨가 매입 계약한 땅은 철원군 갈말읍 문혜리·상사리일대 22만평,예산군 대술면 산정리 일대 5만평 등 3곳에 땅주인은 모두 37명.
이 가운데 문혜리 16만평은 유모씨(40·서울 잠원동) 소유로 정씨는 이를 17억5천만원에 사기로 하고 4월17일 계약금 1억7천5백만원을 낸데 이어 한달후 중도금 1억5천만원을 냈다.
정씨는 그러나 2차중도금 지급일인 지난달 17일까지 돈을 못대 유씨로부터 24일,지난 1일 두차례에 걸쳐 최고장까지 받았으나 회신하지 않아 현재로선 계약이 정지된 상태.
현행 민법에는 「부동산거래에서 최고장을 보냈는데도 매수인측 사정으로 해약이 될 경우 매도인이 계약한 돈을 위약금조로 차지한다」고 돼있어 유씨는 앉아서 거금을 고스란히 쥐게됐다.
유씨는 10일 정씨가 수감된 서울구치소·성무건설 앞으로 계약파기 내용증명을 보냈으며 중도금만 법에 따라 조만간 정씨에게 건네줄 예정이다.
상사리 임야 6만여평의 주인 안모씨(70·철원군 갈말읍)도 마찬가지.
안씨는 4월24일 정씨가 매입대금 9억6천만원의 10%인 9천6백만원을 계약금으로 낸뒤 중도금 지급날인 지난달 24일까지 3억8천만원을 지급하지 않아 계약금을 횡재하게 됐다.
예산땅은 정씨의 대학설립허가가 취소되는 바람에 땅주인인 농부 35명이 무더기로 「한몫」을 챙기게 된 경우.
정씨와 지주들은 당초 「학교인가가 날 경우 땅을 팔되 그렇지 않을 경우 계약금 2억원은 위약금으로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조건으로 산정리일대 5만평을 18억8천만원에 매매계약했었다.
그러나 6일 교육부가 정씨가 낸 중원대학 설립신청을 불허키로 함에 따라 계약조건은 사실상 물건너가 주민들이 땅 크기에 따라 나눠 가진 최저 4만원에서 최고 2천2백만원은 「굴러들어온 떡」이 됐다. 땅주인 박모씨(65)는 『6일 교육부의 발표후 동네에 온통 잔치 분위기였다』며 『주민들은 받은 돈으로 그사이 농기계를 구입하거나 빚을 갚는데 거의 다 써버렸다』고 되돌려줄 수 없는 상황임을 강조했다.<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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