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진일당이 빼돌린 돈/사채시장 돌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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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무건설,전담팀까지 둬/10여개 기업 상대 돈놀이/아직 남은 것 “백억이상”
정보사부지 매각 사기사건의 중심인물인 정영진씨 일당이 제일생명측으로부터 빼돌린 돈으로 대규모 사채놀이를 해왔고 현재도 1백억원이상이 사채시장에 잠겨있는 사실이 밝혀져 이번 사건을 푸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사채놀이 증거포착에 따라 또 이번 사건이 정씨 일당으로부터 돈을 빌린 일부 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정씨측이 자금난에 봉착,제일생명측에 돈을 반환하지 못해 일어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자아내고 있다.
정씨 일당은 제일생명측이 계약금으로 맡긴 현금 2백30억원을 정씨의 형인 국민은행 정덕현대리를 통해 빼돌리고 중도금·잔금 2백43억원을 사채시장을 통해 현금화한뒤 4월부터 조직적인 사채놀이 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채놀이=성무측은 4월 세차례에 걸쳐 삼성신약 모간부 소유의 안양시 관양동 1480일대 부지 1천5백평에 대해 근저당을 설정한뒤 자금난을 겪고있는 이 회사에 25억원을 빌려줬다.
5월에는 (주)N온천회사에 토지를 담보로 3억원을 빌려준 것을 비롯,H전자 등 10여개 중소기업체를 상대로 3억∼10억원규모의 사채를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5월 부도가 난 D사에 4월 중순 수십억원을 빌려줬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밖에 정씨 일당은 전북 김제군 백구면 석담리 278일대에 농공단지를 조성하고 있는 (주)백구공단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접근,2억5천만원을 빌려주려다 성무측을 수상히 여긴 백구공단측이 거절해 불발됐으며 C모 변호사 등 유명인사에게도 돈을 빌려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사채업계에 따르면 성무측이 4,5월을 전후해 명동·영동일대의 사채업자들을 통해 2백억원대의 자금을 중소기업 등에 토지 등을 담보로 잡고 4∼5년기한의 장기채권형식으로 빌려주고 현재도 1백억원이상이 사채시장에 잠겨있다는 것이다.
영동에서 사채업을 하는 이모씨는 5월16일 자신의 소개로 성무측이 한 중소기업에 사채를 빌려준 적이 있다며 『이미 사채업계엔 성무의 사채가 「잘게 찢어져 잠겨있다」(소액으로 나뉘어 시중에 흩어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고 말했다.
제일생명 윤성식상무도 경찰조사 과정에서 『제일생명이 발행한 어음이 시중에 나돌아 성무측에 항의하자 정씨일당이 10여개 기업의 수십만평규모 토지문건을 제시하며 대체결제를 요구했다』고 밝혀 성무측의 사채놀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수법=정씨는 형인 국민은행 정 대리의 K상고 후배이자 성무간부인 이모씨(32)와 경리부직원들로 구성된 사채전담팀을 두고 사채업자들에게 접근,이들을 통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개인을 상대로 사채놀이 행각을 벌였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정씨는 돈을 대주는 기업의 사업전망·경영상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일부 직원들을 파견,투자 가능성을 알아보게 한뒤 출장보고서까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무의 한 직원에 따르면 성무가 제일생명측으로부터 빼돌린 거액으로 사채시장에 뛰어들어 「큰손」으로 부상하자 자금난에 시달리는 많은 기업들이 돈을 꾸기 위해 성무건설 사장실로 찾아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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