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체승객에 골치앓는 일 철도/이석구 동경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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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일본철도(JR)가 얌체승객들 때문에 골치를 앓고있다. 기본구간 승차권만 사서 승차한뒤 내릴 때는 정기승차권을 이용하는 지능적인 무임승차 승객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식으로 예를 들면 인천에서 청량리까지 통근하는 승객이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가는 정기승차권만 사고 인천에선 동인천까지 가는 1백20엔짜리 기본요금구간 승차권을 사서 승차한다.
이 승객은 목적지인 청량리역에선 정기승차권으로 점잖게 내린다. 이렇게 되면 동인천에서 서울역 구간은 무임승차한 셈이다.
일본의 경우 전철로 출·퇴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정기권을 이용하고 있다. 20% 이상 할인혜택을 주는데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들이 정기권구간 밖에서 전철을 이용할때 상당수가 얌체무임 승차를 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고 있다. 철도 당국은 이같은 무임승차를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어 골치를 앓고있다.
JR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시부야(삽곡)역에서 팔린 1백20엔짜리 기본구간권 3만5천장 가운데 그날 회수된 승차권은 1만3천장에 불과했다. 발매승차권의 37%만이 회수된 셈이다. 22일도 팔린 승차권의 38%만이 회수됐다.
신주쿠(신축)역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승차권 회수율이 21일 53%,22일 49%로 나타났다. 이는 1백20엔권으로 승차한 승객들의 절반 이상이 다른 방법으로 내렸다는 얘기가 된다.
시부야역에서 팔린 승차권의 경우 25% 정도가 1백20엔짜리다. 이는 승객 가운데 약 1할정도가 기본구간표를 사서 정기승차권으로 내린다는 얘기가 된다. 물론 기본구간 승차권과 정기승차권이 접속하는 경우는 아무 문제가 없으나 상당수는 기본구간과 정기승차권 사이에서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고 봐도 틀림없다.
정직하고 준법정신이 강한 것으로 정평이 난 일본인들의 또 다른 면모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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