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LCD 추격 뿌리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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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분야의 대표적인 맞수인 삼성과 LG가 상호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LCD와 PDP 분야에서 일본과 대만 업체들이 힘을 합쳐 한국을 압박해 오는 데 대해 공동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14일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는 김순택 삼성SDI 사장, 강신익 LG전자 부사장 등 100여 명의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창립 총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 이상완(사진) 삼성전자 사장이 협회 초대 회장에 선임됐으며, 권영수 LG필립스LCD 사장은 부회장을 맡았다.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축사를 통해 "LG와 삼성이 협력을 결심한 것은 현대판 '도원결의'라 할 수 있다"며 디스플레이 대기업 간 상생을 위한 결단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이상완 회장은 "2015년까지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규모를 현재의 2배인 100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협회 창립은 일본.대만의 공세에 대한 대응의 성격이 짙다. 한국은 지난해 LCD 패널 시장의 36.3%, PDP 52.7%를 차지해 선두를 지켰다. 그러나 일본과 대만이 한국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다. 일본 샤프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8세대 LCD 라인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대만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CMO).칭화픽처튜브(CPT) 등과 특허 제휴를 했다. PDP 분야 세계 1위인 마쓰시타는 LCD 모듈을 대만 기업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 삼성과 LG의 치열한 경쟁 탓에 지금까지 공동 대응을 하지 못했다. 시급한 과제는 공동 부품.기술 개발, 차세대 규격 확대, 상호 패널 공급 등이다.

산자부는 협회 창립을 계기로 기술 개발 성과를 높이기 위해 공동 연구개발(R&D)을 추진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지적 재산권을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8월 정부와 업계 공동으로 구성된 '전략기술위원회'에서 공동 개발 대상 품목을 선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상대방 패널을 구매하지 않는다'는 그간의 관행을 깨고 다음달까지 가능한 패널 종류를 검토한 뒤 하반기부터 필요할 땐 상호 구매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LG필립스LCD의 LCD 패널을 구매하는 대신 LG전자가 삼성SDI의 PDP 패널을 사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 같은 공동 연구, 상호 패널 구매와 함께 장비.재료업체 간의 상호 교류를 통한 수직 계열화 관행도 타파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250여 개 장비.재료업체 대부분이 LG 아니면 삼성 한 쪽에 묶여 있고, 두 회사에 모두 납품하는 업체가 20여 개에 불과한 점이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개발한 장비를 3년 내 타사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도 완화할 방침이다.

김창우.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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