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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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영화촬평장에 가보면 안다.주연여배우는 그랜저타고 오고 주연남배우는 최소 쏘나타다.
그들보다먼저와서 진두지휘에 여넘없는 감독은 프라이드나 엑셀을 끈다. 감독에게승용차는 다만 기동력의수단일 뿐이다.
김유진감독(42)은 포니2를 몬다.
『없으면 자연 알뜰할 수밖에요.그게 몸에 배면 좀있게되어도 헤프지는 않을테고. 그런데 있을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 오히려 마음편합니다.』
1년에 한작품 연출 (물론 1년내내 구상만 하며보낼때도 있다).
연출료를 월단위로 나눠보면 대기업과장 월급쯤된다.
그러나 그에게는 조직이주는 「혜택」이 없다. 의료보험이니연월차수당이니 교통비·식대따위도 그렇고 퇴직금은 아예 남의 얘기다.
그러니 조직적인 가계운영은 참으로 힘들다. 알뜰살뜰 버텨내는 아내가 믿음직스러우나 그래도 민망하다.
그래서 그의 아내는 가계부를 이렇게 짠다. 목돈이 생기면 그때부터 1년치 지출예산을 짠다. 반찬값에서 경조비등속의 예비비까지 꼼꼼하기짝이 없다. 필수항목은 아이들 교육보험료.
그럴땐 『에라 이것저것 마구해 돈 좀 만져?』 불쑥 솟는 마음을 질책한다. 어쨌든 중견소리를 듣는그가, 영화사에 남을 단및편의 영화를 꿈꾸며 제작자와도 타협않는 그가, 돈과 타협할수는 없는 노릇이다.집안도움으로 어떻게 어떻게 마련한 불광동의 30년된 헌 집을 떠올리면 그나마도 없는 동료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그래모 그는 책값· 헌팅비(주로 지방을 다니며 촬영장소를 물색하는데 드는비용) 가 늘 아쉽다. 그리고 술을 좋아하는 그로서는 해질녘이면 늘 출출하다. 가까이 지내는 장선우감독등과 그가 가는 곳은 포장마차· 순대국집· 돼지갈비집등이다. 사흘에 한번끌로 한집씩 찾아가 각자 추렴하면 그런대로 채결된다.
『경제철학이란 아쉬운대로 철저하게 계산해 쓰는것』 이라는 그는 『그이저에 낙천적인 마음가짐을가져야 된다』고 강조한다.<이학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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