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휘의 강추! 이 무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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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21면

지금 대학로에서 ‘서울연극제’(5월 2~19일)가 열리고 있다. 서울연극협회(회장 박명성)가 주최하는 이 연극제는 희곡 심사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고 공연으로 올린다. 우리 연극인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국내 연극계의 큰 축제다. 이런 기회에 연극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기울여 보시길 바란다. 무슨 재미로 연극을 볼까? 영화처럼 스펙터클한 볼거리도 없고 대체로 비좁은 객석은 불편하기만 하다? 여기 연극의 재미 두 가지가 있다.

연극은 실재하는 공간과 상황을 흡사하게 재현해 눈과 귀에 꽂아주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 대신 연극은 상상력을 발휘하게 한다. 비유와 상징의 연극적 표현 아래 숨겨져 있는 의미를 발견하는 쾌감과 자신의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노는 즐거움이 연극이 주는 첫 번째 재미다.
연극의 두 번째 재미. 연극은 카메라로 포착ㆍ편집된 과거의 환영이 아니라 시공간적으로 지금 내 앞에 실재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무대와 객석 사이에는 어떤 기운이 흐른다. 배우의 진정함이 있는 연극은 그의 눈물과 웃음이, 그의 분노와 환희가 가슴까지 전해온다.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 6편 중 2편의 연극을 추천한다. 또 하나, 이번 연극제 기간 중에는 희곡 낭독 공연도 마련돼 있다. 신작 공모를 통해 당선된 세 작품이 선보인다. 마치 라디오 드라마를 듣는 것처럼 듣는 이의 상상력이 최대한 동원되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공연되는 연극을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재미가 있다. ‘희곡아 솟아라!’라는 재미있는 제목의 이 부대 행사는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사다리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서울연극제 홈페이지 www.stf.or.kr
문의 02-765-7500

골드베르크 변주곡

설치극장 정미소
5월 12일(토)~19일(토) 평일 오후 7시 30분
토 오후 4시, 7시30분/ 일 오후 3시
*19일(토) 저녁공연 없음/ 월 공연 있음
입장권: 전석 2만원
작 조지 타보리, 연출 이기도, 출연 박용수·김중기 등

예루살렘의 한 극장에서 폭군 같은 연출 미스터 제이와 조연출 골드베르크가 ‘구약성서’를 내용으로 하는 연극을 연습 중이다. 예기치 않은 크고 작은 사고들로 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미스터 제이와 골드베르크 사이에는 논쟁이 가열된다. 독일 ‘게오르크 뷔히너 상’을 받았던 작가 조지 타보리의 작품을 연출 이기도가 처음 국내에 소개하는 무대다. 신과 인간의 관계, 창조에 대한 의지 등 심오한 주제를 다층적이고 중의적으로 표현한 매우 독특한 연극으로서 기대된다.

발자국 안에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5월 15일(화)~19일(토) 화·수·목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4시, 7시30분 (월 쉼)
입장권: 전석 2만원
작 고연옥, 연출 김광보, 출연 정승길·김지성 등

쌀집 간판이 걸려 있는 빈 가게,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곳이라 더 을씨년스러운 곳에 한 화가가 작업실을 꾸린다.
조용히 예술에 몰두하려 했던 화가는 다시 쌀을 팔라는 동네 사람들의 성화에 말려들고 어느새 자신이 화가인지, 쌀집 주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웃어라 무덤아’ ‘인류 최초의 키스’를 함께 만들었던 작가 고연옥과 연출 김광보 콤비의 신작으로 이번 연극제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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