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비명" 공연장 부족|「연극팬」들이 몰려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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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연극의 저변이 괄목할만하게 넓어지고 있다. 서울 대학로에만도 매달30여편의 연극무대가 쉴새없이 열기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직장·학교의 단체관람까지포함, 매일 5만∼6만의 인구가 연극을 관람하고있다. 이와함께 큰 흥행을 기대하지않는 작품들도 무대에 올려지는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져 공연장 부족으로 2∼3개월전에 대관계약을 해야하는 형편이다.
연극인구의 팽창을 몰고온 작품들은 『품바』식의 모노드라마·대형뮤지컬·충격과 세련된 재미가 있는 소극장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최근 히트작인 뮤지컬 『노력하지않고 출세하는법』과 김지숙·박동과 주연의 『당신의 침묵』은 예상을 넘어선 성공에 힘입어 앙코르공연을하기 외해 극장을 바꿔야했다.
윤석화의 모노드라마『딸에게 보내는 편지』, 이만희작·강영걸 연출 콤비의 『불좀 꺼주세요』, 코디미 뮤지컬 『넌센스』, 대형뮤지컬 『돈키호테』, 공전의 히트작 『신의 아그네스』등은 지금까지 6개월이상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유료관객만도 10만명이 넘어 연극 무대에대한 기본적인 관심을 고조시키는데 주역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연극의 속성상 두번이상 관람하지 않고 대규모 객석을 피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연극 향수층의 절대수가 서울만 2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극단의 기획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또 연극티킷이 개봉영화의 두배인 1만원선인데도 관객의 변화는 오히려 서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에따라 개그맨 이원승의 모노드라마 『하늘천 따지』는 첫 공연계획부터 45일간으로 잡는등 최근 야심작들은 대부분 한달이상 대관신청을하고 있어 상례화되었던 적자를 벗어나려 하고있다.
이같은 양적인 팽창에 비해 질적인 성장은 다소 의문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히트작들이 유명스타나 재미를 극대화시키는데 주력하고 있어 고전적인 연극의 감동을 추구하는 작품은 공연의 크기에 비해 다소 한산한 편이다.
특히 외설적이거나 싸구려농담만을 일삼는 이른바 「뒷골목연극」이 자리잡아가고있어 상업주의에 희생당하는 작품들도 연달아 나오고 있다.
연극관계자들은 『대중적 인관심을 이끌지 못한 작품은 철저히 외면되는 상업주의의 폐단도 서서히 굳어가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제2의 『아가씨와 건달들』이라고 알려진 뮤지컬 『노력하지않고 출세하는 법』을 연출한 민중극단의 정진수씨는 『연극의 작품수가 폭주하고 관객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은 연극관람자체가 특수한 문화행소문 평범한 문화향수로 일상화되어가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최근 작품들중 성공작과 실패작의 차이가 매우 크고 장기연장공연을 하느냐로 승부가 나는 것을 볼때 연극 애호가 이외의 일반인들의 문화 소비가 질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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