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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 떳떳이 알리고 축복받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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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입양은 가슴으로 아이를 낳는 것입니다."

입양의 날(11일)을 맞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는 최석춘(51.미국명 스티브 모리슨)씨는 "입양한 아이를 특별한 가족으로 보는 선입관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양의 날을 11일로 정한 것은 한 가족이 한 명씩 입양하자는 뜻에서다.

최씨는 1970년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당시 그는 부모의 가출과 구속으로 강원도 묵호역 인근의 움막에 혼자 살고 있었다. 열네살 나이에 고국을 떠나 미국에 도착한 그는 모든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미국인 부모는 친아들 이상으로 그를 아꼈다. 부모의 사랑 덕분에 건실하게 자라 미 우주항공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최씨는 "79년 아버지가 심장 수술을 한 뒤 '너를 입양한 것이 내가 살면서 정말 잘한 선택 중 하나'라고 말했다"면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그 깊은 사랑은 아직도 내 마음 속에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일에 열심이다. 1999년 한국입양홍보회를 설립해 국내 입양 문화를 성숙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다. 최씨 자신도 2000년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ADHD)를 가진 한국 아동을 입양했다. 당시 그에게는 딸 셋이 있었다.

최씨는 "나 자신이 입양을 통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큰 사랑과 은혜를 받았다"며 "그런 사랑을 입양한 아들 조셉에게 되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아직 국내에서 입양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입양 활성화를 막는 가장 큰 걸림돌로 비밀 입양을 꼽았다.

그는 "입양은 숨길 일이 아니라 떳떳하게 밝히고 주변의 축복을 받을 일"이라며 "입양 사실을 알리는 가정이 늘수록 입양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줄어든다"고 주장했다. 최씨의 노력으로 한국입양홍보회의 경우 8년 전 전체 입양의 99%였던 비밀 입양이 최근에는 75% 수준으로 줄었다. 입양홍보회 홈페이지(www.mpak.org)에는 공개 입양 가정의 따뜻한 사연들이 계속 게재되고 있다.

입양을 고심하고 있는 가정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입양을 한다고 항상 행복한 일만 벌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씨는 "다른 가정과 마찬가지로 입양을 한 이후 때로는 아이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힘든 일도 생긴다"며 "입양 가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문제지만 아주 특별하게 여기는 생각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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