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종선정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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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부고속철도사업에서 과연 어느 차종이 선정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규모가 규모인만큼 그 진행과정이 어느 때보다 철저히 비밀에 싸여 있다.
이는 지난 1월말 각각 1백㎏이 넘는 입찰제의서를 제출한독일·일본·프랑스 등3국이 고속전철기술은 국가적인 비밀사항에 속하므로 선정작업이 끝난 후까지라도 비밀보장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혹시 담당자들끼리 정보를 교환하면서 결정과정에 영향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교통개발연구원·설계회사인 미 벡텔사가 주관하는 1차 평가단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자기 분야외엔 어떤 평가가 내려졌는지 모를 정도다. 평가단은 ▲금융 ▲경제성 ▲차량 ▲전차선 ▲열차제어 ▲성능보장 ▲관리 ▲기술이전 등 8개 분야로 나눠 3개 차종의 입찰제의서를 4개월동안 철저히 분석, 이달초 분야별로 평가를 마무리지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컴퓨터에 수록, 고속철도건설공단이사장 외엔 아무도 볼 수 없게 되어있으며 국장급들도 자기 업무와 관련된 내용만 선별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고속철도건설공단은 당초 이 평가결과를 종합해 협상순위를 정한 후 우선 1순위와 협상을 개시, 금액·기술이전 등에 보다 유리한 조건을 끌어내기 위한 시도를 하고 협상이 결렬되면 2순위·3순위와 차례로 협상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우리측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이전·국산화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선 3개국 모두를 협상에 끌어들여야 한다는 판단아래 16일부터 평가단의 결과에 상관없이 개별 협상에 들어갔다.
현재 ▲총괄 ▲기술 ▲일정 ▲기술이전및 국산화 ▲금융 등 5개팀이 팀별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데 이제 10여일 지났으나 각국이 모두 처음 입찰제의서를 냈을 때와는 입장이 크게 달라졌다는 관계자의설명이다.
처음에는 기술이전문제와 우리측이 목표로 하고 있는 국산화율 50%에 대해 모두 난색을 표명했으나 점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젠 모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은 이번 한국에서 고속철도사업을 따내느냐, 못 따내느냐의 문제는 일개 회사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전체의 문제며 차후 대만 등 아시아의 고속철도사업에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측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기획단의 판단이다.
정부는 여유를 갖고 9∼10월까지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으나 요구사항에 어느 정도 근접하면 바로 차종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신축적인 자세를 갖고 있다.

<손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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