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엉재배로 부농 발돋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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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진양군 동지마을>
80여가구 남짓한 산간벽지 마을이 20년만에 전국 최대규모의 마·우엉 재배단지로 부촌의 꿈을 이뤄 화제.
진주 남강줄기를 따라 하류지역으로 30여㎞ 떨어진 경남진양군지수면 동지마을이 그곳이다.
면소재지에서도 8b나 떨어져 교육시설이라고는 고작 국민학교 분교가 있을 정도로 오지인 이곳은 강을 사이에 두고 앞뒤로 큰산에 둘러싸여 일조량이 적은 탓에 비닐하우스 재배가제대로 안되는 데다 벼농사도 지을 수 없어 마·우엉을 재배하기 전까지는 땅콩·수박을 심어 겨우 생활해온 가난한 강변 마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곳에서 생산된 마·우엉은 품질·맛이 탁월해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 도매상인들에겐 마·우엉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산약으로도 불리는 마는 일식집 등에서 자주 오르는 건강식품.
지수면 가운데서도 소득아 가장 낮았던 이곳주민들이 마를 처음 심기 시작한 것은 20년전인 73년봄.
현재 이 마을 작목반회장 한현대씨(53)가 진주부근에서 마 재배를 해오던 친척으로부터 재배기술을 배워 심기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마는 모래땅인 이곳에 재배하기 적합한 뿌리식물이어서 재배성과가 좋았다. 이같은 성과를 토대로 처음에는 한두 집씩 심기 시작하다 5∼6년전부터 마을 전체가 여기에 매달려 오늘의 부촌을 이뤄낸 것이다.
주민들은 초기엔 마만 심었으나 한 종류의 작물을 해마다 계속해 심는데서 나타나는 연작피해로 수확량이 크게 줄어들자 이를 피하기 위해 마·우엉을 번갈아 심기시작, 2중의 효과를 얻어내고 있다.
지금은 포클레인 등 장비를 동원, 그래도 수월하게 농사를 짓지만 초기에는 삽으로 수십㎝씩 땅을 판 뒤 퇴비를 넣고 수확을 해야 하는 탓에 어려움이 컸다.
『마와 우엉을 재배하기 전까지는 살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소득이 있을만한 작물은 모래땅이라 심어도 잘되지도 않았어요.』
현재 6천평의 밭에 마와 우엉을 재배하고 있은 한씨는 『마·우엉 아니면 살길이 없다고 생각하니 힘든 일도 이겨 낼 수 있었다』고했다.
마을주민이라고 해야 통틀어 86가구에 불과한 이 마을에서 생산하는 마는 전국 생산량의60%(연간 생산량 4백50t), 우엉은 50%(연간생산량 4백50t) 에 달한다.
더욱이 이곳 주민들이 경남창령·경북안동 등 낙동강주변으로 진출해 재배하고 있는 것까지 합하면 마의 경우 전국 생산량의 70%, 우엉은 60%를 넘을 정도로 마·우엉은 이마을 사람들의 특허작물인 셈이다.
10여년전만 해도 소득이 가장 낮았던 이마을이 현재는 가구당 평균소득이 연간 2천만원을 넘어 지수면에서는 가장부자마을로 탈바꿈한 것이다.
【진양=정용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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