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골탕먹이려 출마했다”/도마위에 오른 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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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월남전 미 포로문제 등 곳곳 마찰/부시 뒷조사로 “협잡꾼”인식확산
로스 페로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을때 그 동기를 의아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 스스로도 골치아픈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다고 고백했었다.
그러한 그가 왜 대통령에 출마했느냐에 대한 유추가 많았다. 이들 추측중 하나가 조지 부시를 골탕먹히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설이다.
같은 텍사스주 출신으로 페로와 부시는 오래전부터 가족들까지도 잘아는 사이였다.
그런데 둘 사이에 인간적인 마찰이 있어왔다는 것이다. 페로는 부시가 부통령시절 베트남에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미군포로를 조사하기 위해 개인사재를 털어 팀을 구성하고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일이 있다.
미 국방부는 페로가 엉뚱한 일을 저지른다는 시각으로 이의 지원을 거절했다.
물론 당시 부통령인 부시에게도 페로가 부탁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페로가 정부의 지원을 포기하고 개인자격으로 월남에 가는 순간 미정부가 베트남에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미군포로를 조사하겠다는 발표를 하여 페로를 무색케 만들었다.
이러한 일들이 페로로 하여금 부시에 대한 원한이 쌓이게 만들었다는 것이 불화설을 주장하는 이들의 해석이다.
여하튼 페로는 부시가 부통령시절 워싱턴의 변호사 회사를 동원하여 부시의 개인재정에 하자가 있는지를 조사시켰으며 부시의 아들들이 부정에 개입됐는지도 함께 조사시켰다는 것이다.
당시 이러한 페로의 행동에 항의하는 부시의 사신이 신문에 공개되기도 했다.
또 부시가 이란­콘트라 사건에 개입됐는지 여부를 독자적으로 조사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페로가 사업상 자신에게 방해가 되는 인물들을 이러한 방법으로 뒷조사를 통해 약점을 잡은 사실들이 하나둘 언론에 밝혀지기 시작함으로써 그의 이미지에 타격이 오기시작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페로는 전적으로 부인하고 이러한 일들이 공화당의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페로는 지금까지 자수성가 하여 백만장자가 된 인물,인생을 열심히 산 인물,기성정치인과는 달리 솔직한 인물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미 기업인 50% 이상이 그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페로는 요즘 하루아침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건을 팔려는 협잡세일즈맨』이라는 인식이 점점 확산되면서 곤경에 몰리고 있다.
따라서 페로의 시련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이 정치평론가들의 전망이다.
부시나 클린턴은 이러한 개인의 도덕적 결함여부에 대해 이미 판단이 끝난 상태이나 페로는 지금부터 과거의 행적이 드러나게 되어있다.
미국언론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인물은 가만히 놔두지 않고 과거부터 완전히 해부를 하여 그가 국가지도자가 될만한 자격을 갖추었나 조사하기 때문이다.
또 공화·민주당이 상대후보의 약점을 캐기 위한 특별팀까지 두고있는 것이 보통이어서 웬만해서는 감추기가 어렵게 되어있다.
페로에 대한 이같은 사실이 폭로되면서 페로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다른 여론조사에서 페로가 싫다고 답변한 사람이 종전의 10%에서 20%로 두배나 늘어났다.
페로의 인기가 거품이었다는 얘기도 서서히 나오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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