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새 되살리는' 박제작업 24년 외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박제 전문가인 유영남씨가 국립생물자원관의 작업실에서 꿩 박제를 마지막으로 손질하고 있다.김형수 기자

까투리(암꿩) 한 마리를 두고 푸드덕거리며 다투는 두 마리의 장끼(수꿩), 발톱을 세우고 참새를 막 낚아채려는 조롱이….

인천 서구 경서동 국립생물자원관에서 표본제작을 담당하는 유영남(40)씨의 작업실은 동물원을 떠올리게 한다. 그가 만든 박제는 저마다 가진 생태와 습성을 그대로 담아냈기 때문에 울음소리를 내지를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모두 깃털 색깔도 곱고 윤기도 흐르는 표본이지만 처음 실려왔을 땐 대부분 기름이나 피, 진흙으로 뒤덮였던 것들이다. 신체 일부가 심하게 훼손되거나 없어진 경우도 많다. 이를 박제로 깔끔하게 살려내는 유씨는 로드킬(차량에 부딪쳐 죽는 경우)이나 오염사고로 희생된 동물 사체에 다시 한 번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그는 50명이 채 안되는 국내 박제 전문가 가운데 가장 솜씨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2005년 8월부터 이곳에서 일해온 유씨는 지금까지 표본 150여점을 제작했다. 생물자원관은 8월말 정식 개관한다.

유씨는 "한 작품이라도 자연 상태에 가깝게 복원하려고 생태전문가들과 의논한 뒤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이 일에 뛰어들어 벌써 24년째다. 당시 기르던 새가 죽자 박제를 할 줄 알던 친구에게 박제 제작을 부탁했더니 "직접 배워서 하라"는 핀잔을 듣자 오기가 생겨 직접 배우기 시작했단다. 고교.대학 때도 아르바이트 삼아 이 일을 계속했고 개인사업을 하다가 이 일을 잊지 못해 다시 돌아왔다. 일반 표본제작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공무원인 지금 수입은 줄었지만 그래도 행복하단다. 유씨는 "포유류 박제 기술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envirepo@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