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무리한 종부세, 끝없는 잡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이 정부의 정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이고, 종합부동산세다. 정부는 은연중에 종부세를 내는 사람과 내지 않는 사람을 갈라놓더니 이번에는 그 세금을 쓰는 방식을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다툼을 벌이는 모양이다. 지자체의 재량권을 줄이고, 종부세를 교육.복지에 많이 쓰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정부의 교육.복지지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정부로선 종부세가 올해 2조9000억원이나 걷힌다니 이런 편법을 궁리할 만도 하다. 큰 정부를 고수하면서 공무원을 늘리고, 뒷감당이 걱정되는 국책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으니 종부세를 죄다 가져가도 모자랄 판이다.

지자체 내에서도 갈등이 심각하다. 서울 강남과 강북의 지자체가 부동산 재산세를 나눠 쓰는 문제로 다투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무슨 공돈이라도 생긴 듯 볼썽사납게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종부세 낼 일이 막막한 1주택 봉급생활자나 은퇴 고령자 입장에선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나 책임지는 자세는 사라진 지 오래다. 경제부총리가 "세금 무서우면 집 팔고 이사 가라"며 국민을 조롱하는 데야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종부세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집값을 잡으려면 부동산 공급을 늘리고, 시중 유동성을 조여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정부는 엉뚱하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발상의 세금 폭탄으로 응수했다. 애초에 처방이 잘못된 것이다. 그러는 사이 종부세는 집값을 잡는 게 아니라 집주인을 혼내주는 수단으로 변질됐고, 이제는 정부가 부족한 세수를 메우는 데 쓰겠다는 것이다. 정부로선 자신들의 책임을 종부세 납세자에게 떠넘기고, 세금도 많이 거둘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세금을 거둘 때는 두려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감안해 세금을 부과해야 함은 물론이다. '어디 한번 내보시라'는 식으로 세금을 휘두르고, 국민을 편 가르는 것은 하책 중의 하책이라는 점은 역사의 교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