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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세대교체 신호탄/이선념 사망이후의 중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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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보수파 거물 사라져 개혁 가속/강택민도 “등 지지”로 돌아설듯
중국공산당내 보수강경파 거두인 리센넨(이선념)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의 갑작스런 사망을 계기로 중국지도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의 사망은 중국정국 주도권을 장악하고 있는 「8대 장로」의 한기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음을 의미할 뿐아니라 당정주요 요직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단행할 올 가을 14회 당대회를 앞두고 수면아래에서 진행중인 당내 권력투쟁의 향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이선념은 표면적으론 실권이 별로 없는 정협 주석직을 맡아왔다고는 하나 혁명 제1세대 「8대장로」의 1인으로 87년 후야오방(호요방)총서기 해임,89년 천안문사태 등 중국정국의 결정적 고비마다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는 특히 보수파내에서 조정자역할을 맡아왔고 사망직전까지 14회당대회에 대비,막후에서 인선작업을 전담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이의 사망은 최고실권자 덩샤오핑(등소평)의 독주에 맞서 세력결집을 도모하던 보수파의 전력약화로 이어지고,이는 곧 등을 주축으로 한 개혁파의 상대적인 입지강화로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그동안 이 정협주석은 등의 급속한 개혁개방정책을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으며 당내 주요 현안에 대해 등과 동등한 위치에서 보수파의 입장을 대변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등으로서는 금년초 남순강화 이후 총력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을 더욱 적극적이고 분명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됐으며 진운ㆍ팽진ㆍ등영초 등 8대 장로중 보수파 대부분이 건강악화로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그의 지도력과 발언권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의 사망은 또 장쩌민(강택민)­리펑(이붕)체제에도 상당한 위협요인으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강의 당총서기 취임은 천안문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등이 이선념 등 보수파의 요구를 수용,개혁파와 보수파의 협상을 통해 강을 총서기로 선택한 사실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이때 이선념은 상해시장겸 시당서기로 있던 강을 적극 추천했으며 지난 3월 왕임중의 추도식에서 행한 조사에서도 『강택민 동지를 핵심으로 당이 결속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강총서기를 지지해 왔다.
당내 지지기반이 허약한 강 총서기로서는 이의 사망이 자신의 유력한 지지기반의 상실을 의미하고 현직 유지마저도 위협받게 됐다고 서방관측통들은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등의 개혁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강 총서기도 정치적 생존을 위해서는 등의 정책노선에 보다 선명하고 적극적인 지지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와 함께 이의 사망이 미치는 중국 지도부체제의 변화와 함께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시발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중국에서는 금년 3월 이후 왕임중(정협부주석),섭영진(중앙군사위부주석·원수) 등 혁명 제1세대의 장로들이 줄줄이 사망한데 이어 이 정협주석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80세를 넘긴 장로지도체제가 본격적으로 세대교체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올해 87세인 최고실력자 등 역시 물리적인 수명이 다해가고 있는 징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밖에도 차기총리 인사와 관련해 등소평이 주롱지(주용기) 정무원 부총리를 앉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도 중국 지도부체제 변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 부총리는 등의 개혁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개혁파의 주요 멤버일 뿐 아니라 「중국의 고르바초프」로 알려질 만큼 경제분야에 있어 등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있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따라서 주 부총리가 총리로 발탁될 경우 중국 지도부는 세대교체의 바람에 휩싸이게 될 것이 확실하고,이는 등이 밀고있는 개혁드라이브 정책이 엄청난 힘을 갖고 추진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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