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술전쟁에서 이기자.|정성철<과기연 정책기획본부연구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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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현대는 과학기술의 시대다. 기술이 없는 국가는 낙오하게 마련이다. 세계의 기술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을 종합 연구하고 있는 과기연 과학기술정책 기획본부의 연구진을 필자로 동원, 기술전쟁에서 이기는 길을 시리즈로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최근 세계적 대기업들간에는 기술개발, 기술획득, 시장확보의 수단으로 상호보완적 자산(기술·자본·시장 등)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동맹결성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 대기업이나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들간의 「경쟁을 위한 협력」이란 독특한 형태다. 이런 동맹은 최근 5천여 건에 달해 이제 세계경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동맹관계에 의해 그 구조가 좌지우지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동맹관계에 참여하지 못하는 기업은 세계의 기술조류에서 낙오자가 되기 십상이고 세계시장의 변두리를 맴도는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산업일수록 더 그렇다. 최근의 통계에 따르면 정보·통신기술관련 산업이 전체 동맹건수의 41%, 생명공학관련 산업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첨단산업에 참여하려는 국가나 기업의 경우, 이들 동맹클럽에서 소외돼서는 기술개발이나 시장확보에서 성공하기 어렵게 돼있다.
이 같은 최근의 추세에는 중요한 배경이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기술의 복합화·시스템화의 영향으로 연구개발에 따른 비용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호 분담하기 위함이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자유무역의 확산에 따라 심화되고 있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함이다. 그러나 누구나 여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나 기술 등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어야 한다.
세계의 전략적 동맹관계에서 미·일·EC 등 이른바 「트라이아드」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91.3%로 기술 삼극 시대를 극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그중 일본의 미쓰비시그룹은 세계 각국의 대기업과 3백35건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독일의 지멘즈사가 3백16건, 일본의 스미모토그룹이 2백91건, 미국의 IBM이 1백79건의 전략적 동맹에 참여하고 있다. 전략적 동맹에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50대 기업 중 일본기업이 5개 사, 독일 2개 사, 미국·네덜란드·프랑스가 각각 1개 사를 차지하고 있다.
요즈음 기술협력을 이야기할 때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줄 것이 없을 때 일은 성사되지 않는다. 우리가 세계적 기술발전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유도 「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기술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바로「우리만의 기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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