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마왕'이 득점왕 됐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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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06~2007 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챔피언십(2부리그) 득점왕에 제이미 큐레튼(32.콜체스터 유나이티드.사진)이라는 낯익은 이름이 떴다. 바로 2003년 K-리그 부산 아이콘스(현 아이파크)에서 뛰었던 '제이미'다. 23골을 기록한 그는 카디프시티의 마이클 코프라(22골)를 1골 차로 제쳤다.

지난 시즌 디비전1(3부리그)의 스윈든에서 콜체스터U로 임대된 제이미는 열 경기에 출전해 7골을 터뜨리는 발군의 득점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 직전 완전 이적시켜 준 소속팀에 보답하듯 득점왕에 올랐다. 그는 시즌 초반 더비카운티를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해 직전까지 5연패에 빠졌던 팀을 구해냈다. 콜체스터는 그의 활약으로 10위를 차지해 '챔피언십 잔류'라는 목표를 달성했다.

제이미의 K-리그 시절은 좀 우울했다. 그는 2003년 7월 당시 디비전1이던 레딩(현재는 프리미어리그)과 재계약하지 않고 K-리그 부산으로 이적했다. 잉글랜드 청소년대표 출신에 한창 뛸 나이(28세), 게다가 디비전1에서 두 차례(1998~99, 2000~2001 시즌)나 득점왕에 올랐던 경력을 감안하면 한국행은 의외였다. 그를 한국으로 이끈 것은 잉글랜드 출신인 이안 포터필드 당시 부산 감독이었다.

하지만 제이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21경기에서 4골에 그치는 바람에 '삽질마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나중에 그는 "훈련이 끝나고 아파트로 돌아오면 나 혼자였고, 외로움을 견딜 수 없었다"며 한국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적료 없이 왔던 그는 2004년 2월 디비전1 QPR(퀸스 파크 레인저스)로 옮겼다. 10만 파운드의 이적료는 그가 한국에 남긴 마지막 선물이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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