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말 실수 후 정정 … 웃음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잔디광장에서 열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환영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左). 말 실수를 한 뒤 자신의 눈치를 보는 부시의 모습에 엘리자베스 여왕이 미소를 지어 보이자 부시 대통령이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右).[백악관 AP=연합뉴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 잔디광장에서 열린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 환영식에서 말 실수를 하는 바람에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을 기념한 해인 1976년 여왕이 방미한 사실을 언급하려다 '1976년'의 '19'를 '17'로 잘못 말했다. 그는 "여왕께서는 모두 10명의 미국 대통령과 식사를 하셨고, 미국이 1700년대…(머뭇거림)에 있었던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행사 때도 축하해 주셨다"고 말했다.

미국의 독립선언은 1776년에 이뤄졌고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일은 그로부터 200년이 지난 1976년의 일이다. 따라서 '1976년 미국 독립선언 200주년 기념일을 축하해 주셨다'는 말이 제대로 된 표현이다. 부시는 말 실수를 해놓고 자신도 발언이 조금 이상했던지 다소 머뭇거리다가 곧 1976년으로 정정했다. 그러면서 엘리자베스 여왕이 혹시 기분 나빠 하지 않았는지 여왕을 쳐다봤다.

이에 여왕은 입가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부시는 때를 놓치지 않고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여왕을 바라보며 "여왕께서는 마치 어머니가 아이에게 보내주는 것과 같은 미소를 나에게 던져주셨다"는 농담으로 청중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부시는 이어 자신의 말 실수를 만회하려는 듯 미국과 영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위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힘을 합쳐 대처하고 있는 사실을 부각했다.

그는 "우리의 임무는 아주 힘든 것"이라며 "더욱이 그 임무의 결과가 대다수 사람이 실감하기 쉽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시는 "나는 이처럼 위험하고 결단력이 필요한 시기에 여왕 폐하께서 보여준 지도력에 사의를 표한다"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엘리자베스 여왕은 자신의 이번 방미가 생애 다섯 번째임을 상기시킨 뒤 "우리의 우정을 확인하고 전진하며 보다 번영되고 안정되며 자유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새롭게 해야 할 시점"라고 화답했다.

워싱턴 = 이상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