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다 공기 맞추기 급급/지하철 공사장 붕괴 왜 계속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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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법·수칙 무시 철야작업… “사고없는게 비정상”
18일 오전 종로3가 종묘주차장 지하 지하철 5호선 공사장에서 발생한 터널 붕괴사고는 단순한 안전사고 차원을 넘어 지하철공사 안전대책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계속되는 지하철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시공업체들의 안전관리 무시와 공사기술 미숙,무리한 공기단축 등에서 비롯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시행중인 지하철 2기공사 5,7,8호선 총 연장은 96㎞. 여기에 철도청이 시행중인 과천선(15.7㎞),분당선(19㎞),일산선(20㎞)을 합하면 총 연장은 1백50.7㎞에 이른다.
이같은 초대형 공사를 벌이면서 시는 토목공사 완료시기를 93년말로 잡고있다.
그러나 현장관계자들은 터널공법의 경우 하루 평균 1m도 진척시키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같은 계획은 무리며 최소한 94년까지 공기가 연장되지 않는한 각종 사고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구간의 경우 90년 6월 착공한 5호선의 공사진척도는 30.29%,지난해 착공된 7호선 강북구간은 23.8%,8호선은 22.1%에 불과하다. 이같은 공정에 비추어 볼때 앞으로 1년6개월동안 지반이 약한 난공사 구간이 대부분인 나머지 공사를 완공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현장관계자들의 설명.
이 때문에 시 지하철공사에 참여하고 있는 64개 시공업체 대부분은 12시간 막교대로 철야작업을 하고 있어 안전시설 보다는 공기맞추기에 급급하고 있다.
더구나 시구간의 56%에 해당하는 50㎞ 구간은 고도의 공사기술을 요하는 터널식 공법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해당업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20여개 업체는 이 공법에 대한 시행경험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구나 터널공법도 외국처럼 TBM(터널굴착기) 등 최신 기계장비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90% 이상의 구간에서 발파와 인력에 의존한 NATM식 공법을 사용하고 있어 사고위험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18일 사고의 경우 탄광막장 경험이 전부인 인부들이 발파진동으로 생긴 부석(터널지붕의 뜬돌)을 처리하지 않은채 다음 발파를 서두르다 무너져내린 돌에 맞아 변을 당했다.
또 서울시 대부분의 지반은 터널공사가 용이한 경암층이 아닌 편마암층이어서 조그만 충격에도 무너져 내려 다가오는 장마철의 대규모 사고가 우려되고 있다.
지하철건설본부가 설계단계에서 조사한 시구간의 지하철노선 지반은 80% 이상이 터널공법을 이용할 경우 위험성이 큰 것으로 지적됐으나 개착식 공법으로 시행할 경우 시내 교통체증이 심해진다는 이유로 노선의 56%를 터널공법으로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전에 실시하는 지질조사를 1백m 단위로 실시하고 있는 것도 문제. 전문가들은 서울시 구간은 지반이 약해 최소한 60∼70m 단위로 조사를 실시,공사장 붕괴위험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영등포구 당산동 5호선 공사현장 붕괴사고는 지반이 연암층인데도 조사를 실시한 주변지반이 강하다는 이유로 안전시설을 소홀히해 일어난 것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작업인력 부족도 사고를 재촉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같은 지하철공사장 현실은 제3기 지하철이 완공되는 2000년대까지 계속될 전망이어서 앞으로 보다 근본적인 사고방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사고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최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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