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또 수신료 인상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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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KBS가 또다시 TV 수신료 인상 카드를 꺼냈다. KBS는 9일부터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대국민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7일 밝혔다. 여론의 향방을 타진한 뒤 9월 정기국회에서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KBS는 지난달 마련된 지상파 TV의 디지털 전환 관련 특별 법안에 '디지털 방송 전환에 따르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신료 현실화 등을 건의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자 뒤이어 수신료 인상 수순을 밟고 있다.

그러나 KBS의 이 같은 움직임에 당장 시민단체 등이 반발하고 나섰다. 뉴라이트전국연합 KBS정상화운동본부는 이날 낸 성명서에서 "공영방송의 부실 경영에 국민이 분노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경영 개선 노력 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내놓는 것은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려는 기만책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수신료 납부 거부와 통합 징수제 폐지 운동을 적극 전개하겠다고 거듭 주장했다. 김현주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 "구조조정 등 경영 합리화 노력은 하지 않고 디지털 전환을 빌미로 수신료를 인상하려는 것은 시점이나 명분이 빈약하다"고 말했다.

KBS는 1981년 수신료가 2500원으로 결정된 뒤 수차례 인상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특히 정연주 사장은 2003년 취임한 뒤 수신료 인상의 뜻을 밝혔고, 2004년 12월 수신료를 최대 6000원까지 올리는 방안을 이사회와 시청자위원회에 보고했다. 그러나 방송위원회가 이를 수용하지 않아 수신료를 올리지 못했다. 최병찬 KBS 홍보팀장은 이와 관련해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작업을 하려면 해마다 4000억~5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며 "수신료를 올리지 않으면 소요 자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먼저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해야 한다. 그 다음 방송위가 KBS 의결안을 60일 안에 검토한 뒤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하현옥.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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