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얼굴 가진 미 담배정책/문창극 워싱턴특파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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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 연방정부는 국민들에게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점을 홍보하기 위해 지난해만 해도 무려 8천만달러를 사용했다.
이미 공공건물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못하며 비행기 국내선의 경우는 아예 금연이다.
이도 부족하여 담배갑에 담배가 왜,어떻게 해로운지 구체적인 문구를 집어넣어야 하고 잡지 등에 담배광고를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미국 국민의 흡연율은 지난 70년이래 무려 30%나 떨어졌으며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지 않도록 학교마다 특별교육까지 시키고 있다.
미국정부는 금연운동에 이처럼 막대한 예산까지 들여가며 앞장서고 있으면서 이율배반적으로 담배 재배농가에는 담배재배를 권장하기 위한 농산물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만해도 지금까지 미국 남부 담배 재배농가에 3백36만달러의 재정장려금믈 지급했다.
담배생산을 줄이면 자연히 담배흡연이 줄 것이고 이렇게 되면 금연홍보를 위한 예산도 절약할 수 있을터인데 금연을 하라고 돈을 쓰고 또 생산도 장려하니 해괴한 일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의 모순은 이유가 있다.
담배 재배장려는 미국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다. 수출을 위해서다.
미국 담배의 주요고객인 한국·대만·터키 등에 미국산 담배를 수출키 위한 장려금인 셈이다.
미국 국내의 흡연인구가 32%나 줄었는데도 지난해 미국의 담배수출은 15억달러로 90년보다 1억달러가 늘었다.
미국내에서는 담배갑에 경고문의 강도가 약하다 하여 이를 다시 고치면서 다른나라 담배갑의 경고문이 너무 강하다고 시비를 걸고있다.
지난봄 칼라 힐스 미 무역대표는 대만정부에 대해 담배갑에 쓰인 경고문을 약화시키도록 요구했다.
미국의 담배업자들의 로비는 유명하다. 금연을 강조하는 의원들에 대해서는 상대방에 정치자금을 지원하여 떨어뜨리게할 정도다. 하물며 외국에 대해서는 어떤 행패를 부릴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의 양담배 소비는 늘어만 간다하니 우리가 미국 담배업자들을 먹여살려 주는 꼴이다. 애연가들,특히 양담배 애용자들에게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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