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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하고 즐겁게 치료받으세요" 병원들 분위기 개선"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밝은 연두빛 색조의 벽면 위엔 대미술가 미로의 복사판 포스터가 깔끔하게 걸려있고 구석에 설치된 스피커에서는 비발디의 『사계』가 은은하게 흘러나온다.
가정집 응접실처럼 코피냄새가 구수하게 풍기는 환자대기실에 놓인 인디언핑크빛 소파가 푹신하다.
깨끗한 화랑이나 카페를 연상케 하는 서울 역삼동 Y산부인과의원의 환자대기실 풍경이다.
코를 쏘는 듯한 알콜냄새가 풍기는 차갑고 삭막한 느낌의 병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기존병원의 분위기와는 달리 아늑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최근 들어 새로 개원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환자대기실·병실 등을 고급주택의 아늑한 응접실처럼 꾸미고 환자들에게 코피를 대접하는 등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늘고있다.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 받는 종합병원의 「진료체증」속에서도 종합병원으로만 몰리는 환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예기치 않았던 질병으로 신경이 예민해진 환자들은 안정을 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Y의원 원장은 『환자들에게 코피를 대접하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음악을 감상토록 함으로써 안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 곧 치료의 시작』이라면서 『병원을 새로 꾸민 후 환자수도 30% 늘었다』고 했다.
신사동 M치과는 3층 건물의 지하에 위치하고 있지만 스탠드램프가 켜진 흰색 블록벽면과 빨간색·노란색 등 원색의 의자가 색다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이 병원의 1, 2층에 각각 코피숍과 화랑이 들어서 있는 것도 특징.
3층에는 40석 규모의 음악감상실을 마련, 환자와 가족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수송동 C치과의 경우는 흰색 나뭇결무늬로 둘러싸인 아담한 단층건물이 통나무집을 연상케 한다.
이 병원 단골손님인 정혜숙씨(37·여)는 『실내화를 갈아 신고 대기실의 푹신한 소파에 앉아 책꽂이에 꽂힌 화집을 집어들면 마치 일반가정집 거실을 방문한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되고 간호원들도 친절해 단골로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이밖에 논현동 S이비인후과, 한남동 I클리닉소아과 등도 독특한 실내장식으로 눈길을 끌게 하는 병원들.
병원분위기를 독특하고 아늑하게 꾸미는 의사들은 대부분 미국 등 해외에서 의학공부를 마치고 귀국, 새로 개업한 의사들.
『삭막한 병실에서 하루 1백명씩 환자들을 무더기로 진료하는 것은 상술일 뿐 인술이라고 말할 수 없지요.』
S이비인후과의 한 의사는 『환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개선,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의사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주는 것이 완치의 첩경』이라고 했다. <정형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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