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등산 정치'… "후보 정해진 다음에 룰을 바꾸면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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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계 입문 후 처음으로 6일 기자단과 함께 등산을 했다. 박 전 대표가 서울 청계산을 오르다 원터골 약수터에서 약수를 마시고 있다. 동영상 joins.com [오종택 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6일 기자들을 초청해 서울 청계산을 올랐다. 평상복에 굽 낮은 단화 차림이었다. 그는 새벽 명상과 실외 테니스를 즐기긴 하지만 등산은 낯설다. 출입 기자들과 산행은 1997년 정계 입문 후 이날이 처음이다.

등산을 즐겼던 김영삼 전 대통령은 온몸으로 정적과 대결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할 때 산을 오르곤 했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산행에서 "앞으로는 산에도 가고, 들에도 가고 바다에도 갈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등산 정치'는 본격적인 당 경선 체제를 앞두고 대중성과 스킨십을 부각하고, '인파이터'로서의 면모를 다지기 위한 의지로 받아들여졌다.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산에 갔다는 것은 앞으로 언론과 국민에 적극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표시"라고 말했다. 실제 등산 정치를 하기 위해선 체력적 자신감이 뒷받침돼야 한다. 등산의 긴 여정에서 인간적인 면모를 노출할 각오도 있어야 한다. 평소 단전호흡으로 체력을 관리한다는 그는 산에 오르며 "예전에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2시간 동안 테니스를 치고도 끄떡없었다"고 자랑했다.

산행 시간은 50분 남짓이었다. 그는 "땀을 흘리고 나면 몸이 날아갈 것 같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 주말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설전을 벌였던 경선 룰에 대해선 "후보들이 정해진 다음에 후보가 룰을 만들면 되느냐. 어떤 사람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들어와 마음에 안 드니 고치자고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단호한 입장을 견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4일 이명박 전 시장과 회동에서 '경선 룰' 얘기는 작정하고 한 것인가.

"후보끼리 이전투구를 한다는 보도의 근본 원인은 경선 룰이 합의되지 않아서다.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모처럼 같이 만난 자리에서 문제가 해결되면 여러 모로 좋지 않으냐."

-경선 룰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대표 시절 경선 룰의 토대가 된 당 혁신안을 만들 때 나와 반대 의견을 가진 홍준표 의원에게 안을 만들라고 맡겼다. 당 대표의 권한을 줄이는 등 불리했지만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기에 받아들였다. 책임당원 숫자가 논란됐을 때 원희룡 최고위원이 한 자도 고치면 안 된다고 해 또 그렇게 했다. 이어 경선 시기를 조정하고 규모도 늘려야 한다고 해서 '8월-20만 명'으로 해 다시 양보했다. 나는 세 번이나 양보했다."

-흰머리가 많이 는 것 같다.

"2004년 4.15 총선 때 흰머리가 가장 많이 늘었었다. 야당 대표직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 하나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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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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