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천년학’ 대 ‘극락도 살인사건’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호 02면

지난달 12일에 개봉한 ‘천년학’과 ‘극락도 살인사건’. ‘걸작’이란 호평과 ‘잘 짜여지지 못한 미스터리’라는 혹평으로 갈렸던 두 영화는 그러나 ‘극락도…’이 1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반면 ‘천년학’은 13만 명에 그치며 엇갈린 흥행성적을 낳았다. ‘좋은 영화’를 소개하고 싶은 평단의 심정과 ‘재미있는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의 심성에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 걸까. 두 영화에 대해 관객들의 반응은 물론 호평과 혹평이 엇갈린다. 하지만 다소 편파적으로 인터넷의 ‘넷심’을 읽어보면 ‘극락도’의 성공과 ‘천년학’의 실패의 단서를 읽을 수 있다.

호평과 혹평 사이

평단은 ‘장르에 대한 오해’라고 몰아붙일 정도로 미스터리 추리극으로서의 ‘극락도…’의 엉성함에 초점을 뒀지만, 관객들이 본 것은 ‘호러’로서의 재미다. “평점 왜 이래, 누가 지루하대? 보는 내내 쫄았는데.”(qkslffkxp), “간이 작아서 너무 무서웠다.스토리는 약간…공포 면에선 인정!” (mailbox0403) 살인사건에 귀신의 이야기를 결합시켜 끊임없이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이 영화에 대한 호평의 주를 이뤘다. 한 블로거(레드써니)는 “영화 의외로 무섭다. 공포가 영화의 흐름을 잡는다. 범인을 찾아내는 긴장감이 아닌 귀신 같은 오컬트적인 요소로 으스스하다”면서 “복합 장르로서 여러 가지 장치를 선보인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에는 ‘천년학’에 실망한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내가 영화를 잘못 본 건가? 아니면 내 감수성이나 지적 능력이 형편없나? 영화잡지에서는 걸작이라는데”(iniiwojj)라며 당혹감을 보인 관객은 밋밋한 이야기 전개도 그렇지만 송화와 동호의 끊어질듯 이어지는 사랑이 와닿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심지어 “비뚤어지고 상처받고 상처입히는 고통만 주는 사랑이 한국의 전통적 사랑인가”(fishyello)라며 공감하지 못한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 것의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정서를 관통하려는 감독의 성정이 젊은 관객들에게는 자연스러움이 아니라 낯선 것으로 비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연기는 촌스러워 보이고 영상미는 CG 같아 보인다. 아름답지만 뭔가 이질감이 느껴진다.”(laugh269)

시대가 변하고 달라진 세대는 다른 종류의 ‘재미’와 ‘아름다움’을 찾는다. 관객들이 달라졌다면 평단 역시 달라진 눈으로 영화를 봐야 할 것 같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