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덤핑 공세에 효과적 대응을(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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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기가 전반적으로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일부 업종에서는 재고가 넘쳐흐르고 중소기업들의 도산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기에 일본 기업들이 국산품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집중적인 대한 수출공세를 벌임으로써 국내관련 업계의 경영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일본의 저가수출은 반도체 부품에서부터 유리·알루미늄판에까지 이미 상당한 품목에 이르고 있으며,이로 인해 오랜 연구끝에 우리 기술로 개발된 제품들이 국내 시장에서까지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따라서 일본기업측의 대한공세가 덤핑행위에 해당하느냐가 우리들의 주요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으며,결과적으로 국산기술 개발이 방해를 받고 있는 현실문제에 대한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시장이 개방체제로 나가면서 정부는 예상되는 산업피해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구제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나 통상업무에 대한 전문성이나 재정적 뒷받침이 없는 중소기업은 외국의 덤핑에 의해 산업피해가 발생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를 밝혀낼 능력이 사실상 없다. 더구나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서 상공부산하에 있는 무역위원회와 재무부의 관세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덤핑관세가 부과되기까지 무려 1년이라는 장기간이 소요돼 기업들이 이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의 저가 수출이 덤핑행위에 해당하느냐에 대해 업계나 정부도 확증을 못잡고 있다. 일본의 우리나라 시장 진출은 그만큼 치밀하며 또한 교묘하다. 일본기업은 한국의 경쟁기업이 특정상품을 개발하지 못할 때는 비싸게 팔다가 막상 개발신호가 나타나면 저가공세로 나온다. 그러나 그 가격이 일본내 시장가격과 비슷할 경우 반덤핑으로 다스리는게 불가능하다. 설령 덤핑행위가 사실이라 하더라도 산업피해여부에 대한 정부의 판정이 「국제규범」에 맞지 않는다면 해외시장에서 강도높은 보복을 받을 위험도 있다.
정부의 효과적인 대응책은 1차적으로 각국이 암묵리에 채택하고 있는 비관세장벽의 활용에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품질표시가 없는 상품 등의 수입을 제한하는 기술적인 문제를 포함해서 통관제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대한무역에서 거액의 흑자를 보고 있는 일본조차 이곳 저곳에 비관세장벽을 설치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 일각에서는 무역위원회의 기구를 확대하고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인력의 배치도 등한시하고 그저 「물먹은 공무원들」이 앉았다 가는 자리로 여기는 마당에 무슨 대단한 기대를 할 수 있겠는가.
새로 개발된 국산 기술제품들은 비록 값이 약간 비싸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우선 구매해서 시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문제도 정부와 각 경제단체가 산업정책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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