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시설 밀집 … 납치 작년에만 20여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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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니제르 델타는 니제르강 하구의 거대한 삼각주로 로열더치셸, 엑손 모빌 같은 다국적 석유회사의 유전시설이 밀집돼 있다. 이 때문에 국제 석유자본에서 나오는 개발이익을 나눌 것을 요구하는 현지 무장단체 수십여 개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나이지리아 정규군 8만여 명에 못지 않은 무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지난 1일에도 이탈리아인 등 6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무장단체 '니제르델타해방운동(MEND)'에 납치된 바 있다. MEND는 범행 다음 날인 2일 "올루세군 오바산조 대통령에게 수치스러운 퇴장을 안겨 주기 위해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MEND는 지난해 6월 하커트항 남부에 위치한 대우건설 가스플랜트 현장에 있던 대우 근로자 5명을 납치한 바 있다. 이번 대우건설 임직원을 납치한 세력이 MEND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MEND는 나이지리아의 대표적 산유지인 니제르 델타 지역의 최대 부족 이조족 출신으로 구성된 대규모 반군단체다. 그간 지역 권익 향상과 반역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지도자 석방을 요구해 왔다. 이 단체는 "지난 40년간 니제르 델타 지역에서 석유를 생산해 왔지만 현지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환경오염과 빈곤뿐"이라며 연방정부에 대해 더 많은 석유수익금과 자치권을 요구하고 있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지난해 고속도로 건설과 일자리 창출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니제르 델타 개발 계획을 발표했으나, MEND는 이 같은 계획이 '코끼리 비스킷'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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