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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차 차 ~ 붐'… 귀네슈호 맹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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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수원 백지훈이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수원=연합뉴스]

'김대의, 그가 공을 잡으면 그라운드가 뜨거워진다'. 프로축구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하우젠컵 7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수원 월드컵경기장. 수원 서포터스석에는 김대의의 활약을 기대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하지만 선발 라인업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전반전이 0-0으로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될 무렵 장내 아나운서가 김대의의 교체투입 사실을 알렸다. 플래카드의 문구는 '영험한 주문' 같았다. 정말 그가 공을 잡자 그라운드는 불타 올랐다.

수원은 곽희주.김대의.백지훈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K-리그 라이벌 서울을 3-1로 격파했다. 이날 패배로 서울의 컵대회 무패행진(5승1무)은 7경기 만에 막을 내렸다.

주전들이 부상으로 대거 빠진 서울은 고요한.윤홍창.안태은.김태진 등 백업멤버들을 대거 선발 라인업으로 내세웠다. 서울의 젊은 피는 전반까지 김남일.이관우.송종국.백지훈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수원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하지만 후반 들어 김대의가 빠른 발로 서울 진영을 헤집고 다니자 분위기가 급변했다.

후반 2분 터진 수원 곽희주의 헤딩 선제골이 공세의 시작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후반 17분 김대의는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서울 안태은이 어설프게 놓친 공을 낚아챈 김대의는 통렬한 중거리슛으로 추가 골을 성공시켰다. 지난달 28일 제주 유나이티드전에서 박성배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한 뒤 스파이더맨 마스크를 쓰고 세리머니를 했던 김대의는 이번엔 빨간 장갑을 끼고 득점을 자축했다.

수원 응원석에서는 붉은색 홍염이 올랐고 전반 내내 목청껏 "수원"을 외쳤던 2만8000여 관중은 김대의의 이름을 연호했다. 기세가 오른 수원은 후반 22분 백지훈의 쐐기골로 서울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선수들에게 동물들이 어떻게 먹이사냥에 나서는지 얘기를 들려줬다"며 "비록 오늘 경기가 컵대회였지만 홈인 데다 상대가 서울이라 정예멤버로 나섰다"고 말했다.

셰놀 귀네슈 서울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첫 골을 내준 뒤 집중력을 잃어 2, 3번째 골을 내줬다"며 "감독 생활 20년에 지금처럼 부상선수가 많아보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수원=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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