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파이프 대신 펜을 들자”(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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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른바 전대협소속 전국의 2만 대학생들은 31일 오후 서울도심에서 가두시위를 벌이는 것을 끝으로 3일간에 걸친 「제6기 출범식」을 마쳤다. 이날 전대협의 시위는 5월 마지막 휴일,평화롭던 도심풍경을 무참히 깨뜨린 그야말로 무법천지의 난장판이었다.
오후 4시30분 신세계백화점앞. 마지막 행사로 계획된 「시민과의 한마당」을 위해 한양대에서 출정식을 마친 학생 1만여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쇠파이프로 무장한채 몰려들었다.
『야』하는 소리와 함께 이들은 곧바로 백화점앞 8차선도로를 점거한뒤 인근 골목길에서 대기하던 전경들에게 무차별로 쇠파이프를 휘둘러댔다.
기습을 당한 일부 전경의 비명속에 다연발최루탄이 쏟아졌고 일대는 차량까지 뒤엉켜 수라장이 됐다.
학생들은 숫자가 불어나자 을지로·퇴계로로 진출하면서 일부는 시청앞까지 점거,무려 3시간동안 전경과 밀고 밀리는 「백병전」을 벌였다. 거리는 온통 최루탄연기와 냄새,그리고 전경마스크·방패 등 학생들의 「전리품」이 불타는 모습으로 뒤범벅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시민과 대화를 하겠다던 한마당이 시민들에게 신물나는 최루탄 눈물과 교통두절이라는 최악의 불편·짜증을 안겼다. 또 공권력의 말단인같은 또래 전경들에겐 무차별 부상을 강요한 결과가 됐다.
스스로의 조직을 「구국의 강철대오」로 수식하면서 「적」「박살내자」를 상투어로 쓰는 대학생들. 대체 이들은 누구를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드는 평화공존·기술우위의 시대에 일부이지만 우리 젊은이들이 비뚤어진 잣대를 가지고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고 있는 것은 아닌지,그리고 언제까지 이들의 응석으로만 볼 수 없는 무법폭력을 참고 견뎌야 할 것인지.
바야흐로 전대협은 내부의 「적」에 눈을 돌려야할때 같다. 그리하여 녹슨 쇠파이프를 버리고 펜을 들때 그들이 말하는 「구국의 대오」형성이 가능하지 않을까.<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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