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개선” 목소리높은 민주당/박보균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오랜 야당의 체질,더 정확히 말하면 김대중민주당공동대표의 투쟁우선체질은 과연 변할 것이며,변할 수 있을 것인가.
30일부터 2박3일간 청평의 리조트호텔에서 열린 민주당의원 세미나를 보고 느낀 첫번째 질문이었다.
김 대표를 비롯한 의원 96명은 똑같은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같이 숙식하면서 『야당도 이젠 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분임토의를 통해 과거와 같은 투쟁위주의 야당체질로서는 21세기를 내다보는 국민정서를 충족할 수 없으며,따라서 집권도 어려울 것이라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드디어 만년야당의 오랜 구습에서 깨어나려는 것처럼 보였다. 「한국정치의 새로운 방향」이란 주제의 분임토의에서 의원들이 제시한 새정치론을 보면 그 점이 분명해진다.
『협상과 타협의 국회상을 살려내자』(박석무),『고도산업시대에 맞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원혜영),『정치의 신뢰확보를 위한 정책의 일관성과 도덕성을 가져야 한다』(이해찬),『수권정당 면모를 보이기 위해 투사적 모습에서 탈피하는 것이 시급하다』(문희상),『야당의 신비교우위를 창출해야 한다』(유인학의원) 등등….
의원들은 야당도 이제 정치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여당과 똑같은 수준에서 도덕성 문제에 눈을 떠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보 다원화 시대에 전문적 지식을 갖춰야 하며 투쟁성 야당으론 변화하는 시대에 국민들의 관심을 끌기 힘들다고 스스로 진단했다.
『보수대 혁신,민주대 반민주와 같은 도식적 구분을 버리고 새로운 비교우위론을 내놓기 위해선 전통야당의 이미지만으론 안된다』는 발표결과가 가장 평가를 받았다.
『상가 찾아다니고 주례서는 것을 국회 회기중엔 가급적 없애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우리당의 「정치상품」을 선전할 수 있는 정보처리능력을 갖추자』는 제안이 공감대를 넓혔다. 그리고 인사등에 있어 당내민주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았다.
김대중대표도 의원들의 의견에 공감하며 전문성과 합리성을 강조했다. 이날의 민주당세미나만 보면 14대 국회는 전혀 딴판의 의정상이 나타날 것 같기도 하다. 국민당도 세미나에선 이미 같은 기조를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당장 「말 따로 행동따로」다. 민주당과 김 대표가 과연 개원협상에서부터 이런 기조를 보이겠느냐에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고상하고 명분에 맞는 말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그 정도는 가려볼줄 안다. 국민은 정말 체질개선하는 야당을 하루속히 국회를 여는데서부터 보고싶어 한다.<청평에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