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버섯 산지 솔잎혹파리 "비상"-강원도 양양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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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전국 최대의 송이버섯산지인 강원도 양양군에 솔잎혹파리 비상이 걸렸다.
양양군 관내에는 1천4백여 농가가 3전9백㎞의 야산에 자생하는 송이버섯을 채취, 국내소비는 물론일본으로 수출해 연간 30억원 이상의 짭짤한 농외소득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82년 동해고속도로변에서부터 발생한 솔잎혹파리는 설악산·고성·속초 등지에 이어 지난해부터 송이버섯산지인 양양군에 급속도로 번지기 시작, 고소득 작물인 송이버섯생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양양지역 솔잎혹파리 피해면적은 총 사유림 1만7천여ha 가운데 지난해말 현재 약 3분의1인 2천9백ha.
특히 송이가 채취되는 3천90ha의 송림 가운데 38%인 1천1백87ha에 이미 피해가 발생한데다 올들어 양양군 송이생산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북면 일대까지 번지기 시작,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양양군 송이생산량은 89년 78t, 90년 77t에서 솔잎혹파리가 번지기 시작한 지난해엔 35t으로 크게 줄었다.
30년간 송이채취를 해온 박상우씨(557· 현북면 원일전리)는 『매년 야산에서 채취한 송이를 내다 팔아 농가당 5백만원 이상의 고소득을 올렸다』며 『올들어 마을 뒷산 소히 밭에 솔잎혹파리가 번지기 시작, 송이 포자번식에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솔잎의 진을 빨아 먹고사는 솔잎혹파리는 확산율이 높은데다 발병한 산림은 30%는 고사, 30%는 생육지장, 40%는 12년을 주기로 회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서운 병.
더욱이 성충상태에서 땅속에 잠복해 있다가 6월초 솔잎에 산란해 유충이 지나는 7∼9월에야 피해목이 드러나 조기방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양양군이 지난 4월부터 2억3천여만원을 들여 시비· 약제살포· 수간 주사 등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는1천1백여ha도 지난해 이미 피해를 본 지역으로 사전방제는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또 예산 부족과 인력난도 효과적인 방제 사업에 방해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올해 확보된 예산으로는 전체 피해산림 2천9백여ha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천1백여ha만 방제 계획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방제의 적기인 6월이 농번기와 겹쳐 일손마저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피해 정도를 심·중·경으로 구분, 중이상의 피해 목에 대해 방제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피해정도가 약한 지역은 먹좀벌레 등 자연전적의 활동과 자생력에 말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송이채취농가들은 『조기 방제작업에 나서지 않을 경우 9월 중순∼10월말까지 집중 채취되는 송이생산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며 『농가소득 증대와 산림보존 차원에서 적극적인 방제작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양=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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