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신문사들 “한판싸움”/TV예약녹화방식 “G코드냐 S코드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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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사히사서 G코드로 선공 기선제압/기습당한 타지들 더 간편한 「S」로 별러
『G코드냐,S코드냐­.』
TV예약녹화 방식을 놓고 일본의 신문사들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아사히(조일)신문. 아사히는 지난달 1일부터 G코드라는 예약녹화장치를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G코드는 복잡한 수순을 거쳐야 예약녹화가 가능한 현재의 VTR방식 대신 암호같은 4∼7개의 숫자만 누르면 간단히 예약녹화가 되는 방식이다.
미국의 제임스타가 개발한 장치다. 아사히는 제임스타의 G코드를 1년간 독점계약한뒤 요란한 광고와 함께 대대적 선전공세를 폈다. 아사히는 ▲석간 부수감소를 막고 ▲새벽에 주요 경기가 벌어지는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녹화가 성행할 것이라고 보고 석간 TV프로그램란에 G코드를 도입했다.
아사히의 선제공격에 타격을 입은 요미우리(독매) 등 다른 신문들은 대응책 마련에 골몰했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던중 S코드가 등장했다. S코드는 일본 시스팀 기술주식회사가 개발한 것으로 G코드보다 훨씬 간편한 예약녹화장치다.
G코드는 TV의 예약녹화 개시 및 완료시간을 막대기(바)로 표시한 것이다. S코드는 G코드보다 막대기숫자를 줄여 S(쇼트)코드라고 이름지었다. 독자들은 TV프로그램에 표시된 S코드에 센서를 갖다대기만 하면 녹화예약을 할 수 있다. 기능면에서 S코드가 G코드보다 훨씬 편리하다. 한국의 경우처럼 8자리나 되는 G코드 숫자를 누르다 보면 잘못 누르는 수도 있는 등 S코드에 비해 불편하다. 일본 시스팀은 오는 12월 S코드상품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G코드를 아사히에 뺏겨 전전긍긍하던 다른 신문사들은 S코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들은 1년뒤 G코드를 사용할 수 있으나,1년이나 늦게 아사히신문을 쫓아갈 수 없다고 판단,S코드선택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방식을 채택하느냐는 문제는 내달중 결말이 날 예정이다.
이들은 G코드 대신 S코드를 택할 경우 아사히를 상대로 공동전선을 펼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과거 소니가 베타맥스를 개발,기술을 독점했다가 나중에 다른 가전업체들이 VHS를 개발해 공동대응하는 바람에 패배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S코드가 G코드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가격이다. S코드는 G코드에 비해 센서라는 장치를 더 갖춰야 하기 때문에 값이 50%이상 비싸다. 앞으로 이를 얼마나 더 낮추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제임스타와의 특허분쟁이 예상돼 당분간 미국시장 진출이 어렵다는 문제다. S코드는 숫자를 막대로 변환시켰기 때문에 「G코드의 응용」이라고 볼 수 있는 점도 있기 때문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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