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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밀매 '우회 루트' 속속 등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전 세계 마약 밀매가 새로운 '우회 루트'를 타고 번창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각국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을 피해 전통적인 마약 밀매 루트 대신 새 루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인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는 최근 새롭게 등장한 마약 밀매 루트를 소개했다.

◆ 미국에 유입되는 코카인=전통적으로 코카인은 중남미 콜롬비아에서 생산돼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베네수엘라~아이티~미국 루트가 뜨고 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반미 기치를 높이면서 과거 공고했던 미국-베네수엘라 마약 단속 공조 체제에 금이 갔기 때문이다. 코카인 생산지인 콜롬비아의 마약 조직들이 단속의 철퇴를 맞으면서 대거 베네수엘라로 터전을 옮긴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국제적인 비난에 직면한 베네수엘라는 중국 위성과 러시아 감시 정찰기를 도입해 마약 단속을 하겠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의 공조 체제가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는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차베스를 본받아 마약 단속에 시큰둥한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대통령도 미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베네수엘라에 이어 볼리비아도 새로운 마약 밀매 루트로 부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 유럽 유입 코카인=중남미에서 생산돼 유럽으로 가는 코카인은 과거 안데스 산맥 인근과 카리브해를 거쳐 유럽으로 갔다. 하지만 최근 밀매 조직은 서아프리카를 애용하고 있다. 가난한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해안 경비를 제대로 할 형편이 못 된다. 또 마약 밀매단은 최근 '외국인 투자'라는 명분을 내걸고 서아프리카 현지에 속속 거점을 세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유럽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영국.포르투갈.스페인 사법당국이 서아프리카 국가들과 협력해 마약 밀매단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 메탐페타민(메스.meth)=중추 신경을 흥분시키는 각성제 마약의 일종인 메스는 그동안 미국 내 소규모 마약 조직들이 주로 제조해 왔다. 미국 중서부와 캘리포니아, 외딴 농촌 지역이 주요 생산지였다. 하지만 요즘 멕시코가 새로운 제조 산지로 부상하고 있다. 멕시코의 조직 범죄단은 중국.인도.독일 등에서 부품과 원료를 수입해 거대한 메스 생산 시설을 가동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팔리는 메스의 80%는 멕시코산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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