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强대强’ 연금 개혁 논란, 대선까지 가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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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호 03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7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자택 앞에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유 장관은 “국민연금법 개정안 부결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전날 물러날 뜻을 밝혔다. 신인섭 기자 

지난 2일 부결된 국민연금 개혁 방안이 이달 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될 전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열린우리당 간사인 강기정 의원은 7일 “9일쯤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에 협조를 구한 뒤 단일안을 만들어 이번 임시국회 회기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전재희 정책위의장도 이날 “가능하면 이번 주중에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했다.

국회, 이번주 재논의 시작 … 기초노령연금 지급액·범위 싸고 이견 팽팽

국회가 논의를 서두르는 이유는 몸통 격인 국민연금 개혁은 부결되고 꼬리에 불과한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된 데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기 때문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말할 것도 없고 한나라당도 “잘못된 것”이라고 발을 빼는 형국이다.

기초연금 입장 평행선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놓고 크게 두 가지 논점이 있다. 우선 혜택 축소론이다. 이대로 가다간 기금이 2047년에 고갈되는데 더 내고 덜 받게 해 고갈 시기를 늦추자는 것이다. 정부와 열린우리당ㆍ민주당의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사각지대 해소론이다. 수입이 적은 노인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방향으로 연금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민노당이 중심에 있다.

양측은 국회에서 각자의 입장을 담은 법안을 놓고 부딪쳤지만 둘 다 부결됐다. 하지만 비슷한 법안을 다시 제출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사실상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핵심 쟁점은 기초노령연금의 지급 액수와 범위다. 한나라당 측은 상위 20%를 제외한 80%의 노인에게 월 18만원(평균소득의 10%)을 지급하자고 한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재정을 감당할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한다. 대신 노인 60%에게 월 8만9000원을 지급하자고 한다. 2일 국회를 통과한 기초노령연금법은 정부와 열린우리당의 주장을 담고 있다.

열린우리당 강기정 의원은 “기초연금 대상과 규모를 확대하자는 한나라당의 주장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나라당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더 강경하다. 전 의장은 “(기초연금 액수와 범위에 대해) 그동안 너무 많이 양보했기 때문에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못박았다.

재정안정 방안은 의견 접근

접점이 영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재정안정화 방안은 합의 가능성이 크다. 2일 부결된 한나라당 수정안, 즉 보험료(현재 9%)는 올리지 않고 노후 연금액을 평생소득의 60%에서 40%로 깎는 방안에 대해 정부와 열린우리당도 별로 거부감이 없다. 지난해 정부에서 검토했던 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부결된 정부안은 보험료를 12.9%로 올리고 연금액을 50%로 깎아 2065년으로 고갈 시점을 늦추도록 돼 있다. 기초노령연금도 합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에 통과된 안대로 가되 한나라당 측 주장대로 혜택을 확대해 나가도록 노력한다는 식의 권고조항을 법에 담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번에 통과된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려면 당장 3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것도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마당에 더 늘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노후 연금액을 40%(가입기간 40년)로 깎는 것 역시 문제다. 지금의 60%를 50%로 깎으면 ‘용돈 연금’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더 깎을 경우 소득보장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게다가 정치권이 부담스러운 보험료 인상은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손쉬운 연금액을 깎는 쪽으로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표 대결로 갈 경우 더 힘들어진다. 지난해 말 정부와 열린우리당 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할 때 열린우리당ㆍ민주당을 합해 11명이었지만 지금은 양측이 10명으로 동수다. 상임위 문턱조차 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연금 개혁은 내년 이후로 밀리고 연말 대선의 뜨거운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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