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제, 살인 등 중대 사건에 시범 적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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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도입되는 배심제는 형식적으로는 미국 제도를 참조했지만 실질적 내용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처럼 배심원단이 직접 유무죄를 결정하지 않는다. 배심원의 평결(評決)은 판사가 판결하는 데 참고토록 하는 '권고적 효력'만 갖는다.

시행 초기에는 ▶살인죄▶강도와 강간이 결합된 범죄▶3000만원 이상의 뇌물죄 등 중형이 예상되는 사건에만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연간 100~200건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직폭력이나 단순한 성폭력범죄 등은 배심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피고인이 원하지 않을 경우에도 배심제를 시행할 수 없다. 피고인은 공소장 복사본을 전달받은 날부터 7일 이내에 법원에 의견을 밝혀야 한다.

법정형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인 사건은 배심원단이 9명으로 구성된다. 그 외의 사건은 7명이다. 피고인이 검찰 공소 사실의 주요 부분을 인정해 크게 다툼이 없는 사건은 5명만 두기로 했다.

배심원은 해당 법원 관할구역 내에 사는 주민 가운데서 무작위로 선정된다. 고령자.변호사.군인.지방의회 의원 등 배심원 활동이 어렵거나 부적절한 경우는 제외한다. 배심원단의 판단은 만장일치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의견이 통일되지 않을 경우 2차 평의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그래도 합의를 끌어내지 못하면 표결을 통해 다수결로 정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배심제의 폐해에 대한 지적도 많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배심원 중에 편견이 심한 사람, 학연.지연에 휩쓸리는 사람, 여론에 쉽게 호도되는 사람 등이 있다면 일반의 상식을 재판에 반영한다는 배심제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배심원에게 제공해야 하는 각종 수당 등 비용도 만만치 않다. 배심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 있는 변호사를 고용하려면 상당한 돈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도 전체 형사 피고인의 5% 정도만 배심원 재판을 받고 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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