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단계 당뇨병도 발기부전 초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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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13면

피검사자
K씨(47ㆍ대기업 중역)
-업무 강도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한 편
-두세 달 만에 부부관계 시도했으나 실패
-발기부전 증세
 
진단과 처방
-발기부전 원인은 당뇨병
-혈당 낮추기에 주력
-발기보조 약물 처방

중앙대병원 김세철 교수의 건강클리닉

한 주가 끝나가는 금요일 오후. 중년 신사가 머뭇머뭇 진료실로 들어왔다.

현재 대기업 중역으로 근무한다는 K씨(47)는 눈인사를 나눈 뒤 앉자마자 긴 한숨부터 내쉰다. 잠깐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업무 강도가 세지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잦은 모임 때문에 한동안(그는 두세 달쯤으로 기억했다) 아내와 오붓한 시간을 갖지 못했던 게 화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계절이 가을로 바뀐 어느 날 오후에 무심코 창 너머로 아름다운 단풍을 보다가 ‘오늘 밤은 아내와 멋진 시간을 보내자’고 결심했죠. 그날 저녁 아내를 불러내 멋진 레스토랑에서 외식을 한 뒤 귀가해 잠자리에 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그는 한껏 들뜬 아내와 부부관계를 시작한 지 5분도 채 안 돼 남성이 사그라졌다고 했다. 그래도 그날은 ‘너무 오랜만에 흥분한 탓이거니’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발기부전 환자의 대부분은 K씨처럼 초기 발기는 가능하지만 지속이 어려워 결국 사정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K씨는 “한 달간 혼자서 고민하다 큰맘 먹고 병원을 찾았다”고 털어놨다.

진찰실에서 측정해본 K씨의 체격은 키 169㎝, 체중 72.3㎏으로 뚱뚱한 편이었다. 체질량지수가 25.3으로 낮은 단계의 비만으로 나왔다. 생식기 진찰에서는 별다른 이상 소견을 발견할 수 없었다.

중년 이후에 발기부전이 생기면 성인병을 우선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K씨도 기본적인 성인병 검사를 시작했다. 혈압은 135/85㎜Hg로 고혈압 전 단계. 혈액검사에선 공복 혈당이 127㎎/㎗(정상은 100㎎/㎗ 이하, 126㎎/㎗ 이상이면 당뇨)로 당뇨병 초기인 것으로 밝혀졌다.

K씨의 발기부전 원인은 당뇨병 때문이었던 것이다. 당뇨병으로 혈당이 올라가면 인슐린 저항성이 높아져 발기에 필요한 물질인 산화질소(NO) 분비가 감소한다. 이렇게 되면 발기력이 떨어지고 급기야 발기부전을 초래하게 된다.

K씨에게 이런 사정을 자세히 설명한 뒤 당뇨병 증세가 나아지면 발기부전 증상도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을 줬다. 또 당뇨병 치료를 위해 우리 병원에서 내과 진료를 받게 했다. 지금부터 모든 치료 목표는 혈당 떨어뜨리기에 집중돼야 한다.

발기부전 극복 여부는 K씨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는 셈이다. 물론 혈당이 정상화되고 발기력이 개선될 때까지 마냥 기다리게 하면 K씨와 배우자는 지칠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약물치료로 정기적인 성생활을 가능하게 만드는 치료를 병행했다.

K씨는 처음 몇 달간은 약물에 의존해 부부관계를 해야 하겠지만 당뇨병을 극복하면 약물 없이도 부부관계가 가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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