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전국을 응시하는 58의 사두(蛇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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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3보 (42~58)]
白.胡耀宇 7단 黑.李世乭 9단

흑▲로 위협하여 43까지 선수한 이세돌9단은 드디어 45로 우상귀를 제압한다. 일련의 흐름 속에서 이세돌 특유의 자신감이 짙게 묻어난다. 이창호9단이라면 좌하의 백진부터 견제하고 나섰을 것이다. 이쪽이 우상 흑진보다 넓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세돌은 감히 손빼고 있는 백△에 대해 응징의 일격을 던지고 싶었다. 상대가 백진을 키운다면 쳐들어가 싸우면 된다고 그는 생각한다.

48. 후야오위는 즉각 백진을 키워왔다. 우하귀의 흑은 엷고 사방의 백은 두텁다. 이세돌9단이 항우와 같은 무용을 지녔다고는 하나 전투는 어딘지 중과부적의 느낌이 짙다.

53 밀자 54로 강력하게 젖혀온다. 좌측의 하얀 백 세력을 배경으로 후야오위가 날카롭게 도전해온다. 55는 두점머리. 이세돌의 사전에 이곳을 끊지 않는다면 바둑도 아니다. 57로 뻗자 백도 58로 쭉 뻗는다. 57로 뻗은 수가 독수리의 발톱이라면 58로 뻗은 수는 독사의 머리다.

서로 뒤엉켜 상대를 노려보고 있다. 그러나 검토실은 57보다 58의 머리가 더 위력적이라고 한다. 좌측 일대에 넓게 깔린 백돌 속에서 57의 두점은 어딘지 외롭다고 한다. 이세돌이 비록 천하장사라고는 하지만 그의 앞엔 힘든 싸움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창혁9단에 따르면 45로는 '참고도' 백1로 씌우고 재차 3으로 눌러 좌하부터 견제해야 했다. '참고도'는 대세에 순응하는 정법의 흐름이다. 그러나 李9단은 스스로 가시밭길을 원했는지 모른다. 전투에 능한 그는 벼랑끝 난전을 통해 일거에 형세를 휘어잡고 싶었는지 모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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