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전국 공부방 30곳 '위 스타트' 창의·논술 교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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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충남 공주시 굴렁쇠공부방 어린이들이 ‘퍼니’에 나온 ‘나를 광고해요’를 주제로 만든 작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위 스타트]

"요즘 봄꽃이 왜 예전보다 빨리 필까요?"

"해님이 많아져서 빨리 펴요."

23일 오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위 스타트(We Start) 창의.논술 교실' 초급반(1, 2학년) 수업이 있는 대전 대덕구 대화동 섬나의 집(시설장 황선업). 강의를 맡은 강은경(39) 교사가 '봄꽃과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공부한 내용을 수업 말미에 복습하는 의미로 묻자 은혜(1학년)가 자신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그렇다'는 대답을 '해님이 많아져서 그렇다'고 표현한 것이다.

초급반 수업이 끝나자 중급반(3, 4학년)이 이내 자리를 잡고 교사에게 질문 공세를 편다.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던 2개월 전과는 딴판이다.

중앙일보NIE연구소(www.jnie.co.kr)가 위 스타트 운동본부와 함께 3월부터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전국 공부방 30곳에 개설한 창의.논술 교실이 어린이들을 변화시키고 있다.

창의.논술 교실이 열리는 공부방은 지난 1월 위 스타트 운동본부의 공모로 선정됐으며, 부산에서 민통선에 이르기까지 750여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강사와 교재(중앙일보NIE연구소 발간 통합 논술 월간지'퍼니')는 실비로 NIE연구소에서 지원하며, 위 스타트 운동본부는 비용을 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섬나의 집의 경우 1~6학년까지 30여 명이 월요일마다 방과 후에 60~90분씩 초.중.고급반 세 차례로 나눠 지도하고 있다. 초급반은 교사의 설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발표하거나 그림을 그려 표현하기도 한다. 중급반 이상은 토론 뒤 글쓰기가 이어진다. 강 교사는 "처음엔 글쓰기는 고사하고 수업 시간에 드러눕는 어린이도 있었다"며 "'퍼니'에 나온 대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며 사랑으로 대했더니 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황선업 시설장은 "자신의 요구 사항을 정확히 표현하는 훈련이 안 된 어린이들이 많아 창의.논술 교실이 매우 중요한 수업"이라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변화는 창의.논술 교실이 개설된 전국 공부방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교육에서 소외된 어린이들이 NIE를 통해 말문을 트고, 공부의 기초인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부산 동구 범일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월요일마다'퍼니'를 교재로 25명의 어린이가 토론 재미에 푹 빠진다. 9일에는 고급반(5~6학년) 어린이들이 '기록의 중요성'을 주제로 '안네의 일기'를 읽고 각자의 생각을 얘기했다.

이영이 담당 교사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워했지만 시간이 가면서 토론과 신문 스크랩 등 다양한 활동을 곁들였더니 질문이 많이 늘었다"고 귀띔했다.

경기도 김포시 용강리 민통선 안에 위치한 아동복지센터에 다니는 5학년 채은이는 "논술이 딱딱한 수업인 줄 알았는데 재미있는 책도 읽을 수 있고, 친구들과 토론하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간다"고 즐거워했다.

충북 증평군의 사평교회지역아동센터 유지아 공부방 책임자는 "아이들이 논술 교실 여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논술 선생님을 너무 기다려 샘이 날 정도"라는 내용의 글을 위 스타트 홈페이지(westart.joins.com)에 올리기도 했다.

위 스타트 운동본부 김수진 연구원은 "논술 사업은 저소득층 어린이들에게 동등한 교육의 출발선을 마련해 주려고 시행했다"며 "결론을 내리긴 이르지만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김우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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