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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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 최강의 여군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이스라엘 여군이 꼽힌다. 「헨」(히브리어로 여군으로 불리는 이스라엘 여군은 이스라엘이 독립하기 전 유대임시정부 산하 비밀군사 조직에 참여,조국광복에 기여한 것이 그 시초다.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대아랍 전투에서 여군들이 보여준 용맹성은 아직도 신화처럼 남아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은 오늘날까지 남녀개병 제도를 택하고 있다.
미국 여군도 1901년 스페인과의 전쟁 때 처음 창설되었고,우리나라에서도 50년 6·25 동란중 임시 수도 부산에서 여자 의용군 교육대가 발족한 것이 여군 태동의 계기였으니 여군의 창설은 조국의 환난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어느나라에서든 여군 창설 본래 목적은 남성들의 전투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었으나 연륜을 쌓아가면서 그 임무와 역할도 매우 다앙해졌다. 행정요원·타자요원 등 지원임무에서부터 시작해 오늘날에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받은 여군 특전요원까지 있을 정도다.
다만 여성에게는 의무복무 규정이 없고,아직 여군들 가운데는 장성에 오른 사람이 없다는 것 따위가 남성 군인들과의 차이라고나 할까. 세계 최초의 여군 장성은 72년 미국에서 나왔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대통령이 최고 계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군을 지원하는 여성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장교 후보생의 경우 경쟁률은 무려 50대 1. 하사관 후보생의 경우도 15대 1을 넘고있으니 여군에 대한 여성들의 인기를 짐작할만 하다. 장교든 하사관이든 여군을 지망하는 여성들은 여군이 「성차별 없는 평생직업」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최근 여군 하사관에 대한 계급정년이 여군 당사자들은 물론 여성계에까지 큰 반발을 사고있다. 「하사는 3년,중사는 4년,상사는 5년 이상 복무할 수 없다」는 규정이 하사 40세,중사 45세 등으로 규정한 연령 정년과 중복되며,여군들로 하여금 20∼30세에 전역하도록 함으로써 공공연히 성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11월의 여군 하사관 복무 연장심사에서 1백4명이 전역처분을 받았다니 「평생 직업」으로 생각하고 군에 입대한 여성들로서는 이만저만 실망이 아닐게다. 나이들어 노숙한 여군 하사관도 나쁘지 않을텐데….<정규웅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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