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회 『서울의 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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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한국의 창작음악 반세기를 돌이켜보는 연주회와 세미나 「서울의 봄」이 13∼15일 주한독일문화원 강당에서 열려 올 봄 음악계에 또 하나의 뜻깊은 음악적 결실을 남겼다.
해방이후 제1, 제2, 제3세대를 각각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한국음악계의 변천·발전을 가늠해본 이 프로그램은 우리 음악사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월북작곡가금J정남의 기악곡 『봄 노래』를 소개하는가 하면 『북한의 민족음악 현황과 남북한 과제』에 대한 노동은 교수(목원대)의 발표 및 토론도 곁들임으로써 음악창작문제를 남한뿐이 아닌 한반도 전체의 시각에서 다른 점도 중요한 성과라 할만하다.
13일의 첫 연주회가 애잔하고도 정감 어린 우리 민요조의선율이 인상적인 김순남의 『봄 노래』로 시작되자 1백여명의 청중들은 뭐라 형언키 어려운 감흥에 젖어들었다.
계속해서 모처럼 연주된 이성재·정회갑·김성태·나군영·김달성 등 소위 제1세대 작곡가들의 음악 역시 작품성을 떠나 일단 「매우 각별하다」는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먼지를 흠뻑 뒤집어 쓴 채 뒤죽박죽 흩어져 있던 희귀자료들이 사려 깊은 사서덕분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비로소 그 진가를 드러내듯 잊혀졌던 그리운 음악에 대한 반가움은 객석에 고스란히 전해져 시종 진지하고도 흐뭇한 분위기였다.
이 땅에 서양음악을 들여와 정착, 교육시킨 제1세대의 창작곡들을 한자리에서 모처럼 들어보는 것은 여느 음악회에서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음악사적 의미」를 부여할만한 일이었다.
박재열·이영자·백병동·김정길·윤해중·나인용·김용신·강석희 등 「한국 창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룬 제2세대 작곡가들의 기악곡들이 연주된 14일의 연주회는 대성황을 이뤄 현재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있는 중견 작곡가들에 대한 관심과 영향력을 새삼 실감케 했다. 15일에는 김선경·김규태·이경화·장혜련 등 80년대 이후 새로운 창작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제3세대작곡가들의 매우 실험적인 작품들이 소개됐다.
또 『북한의 민족음악 현황과 남북한 과제』에 대한 노 교수의 발표 및 청중과의 열띤 토론은 「통일음악」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이에 대한 별도의 본격적 논의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새삼 재확인시켰다. 특히 해방이후 전혀 다른 음악을 각각 추구해온 남북 음악계가「있는 그대로」를 가지고 열린 태도로 대화해야 한다는 노 교수의 주장을 중심으로 한 구체적 남북교류 및 공동작업 추진방안에 대한 논의는 중간 휴식시간에도 공연장 주변 곳곳에서 계속될 정도. 원로·중견·신진작곡가들이 청중들과 나란히 앉아 젊은 연주자들의 성실한 연주에 귀기울이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모습, 대체로 외화내빈의 연주회일수록 즐비한 「세 과시용」대형화분이나 「부 과시용」사치연주복 대신 조촐한 꽃다발과 검박하면서도 보기 좋은 연주복…. 속 깊은 기획과 함께 연주회 모습 그 자체도 여러모로 돋보이는 이런 연주회야말로 우리 음악계가 좀더 주목하며 따라야할 「모범답안」이 아닐까 싶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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