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죄…새삶…|전국 유일 의정부 영농교도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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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건실하고 야심에 찬 영농후계자를 길러낸다.」 싱그러운 5월의 태양이 내리쬐는 13만 평의 드넓은 대지 위에는 알찬 영농의 꿈을 키우는 땀방울이 가득하다.
10여대의 농기계를 몰며 논밭을 일구는 1백여명 젊은이들의 구리 빛 얼굴마다 에는 우리농촌의 밝은 내일을 읽을 수 있었다.
전국 39개 교도소 중 유일한 영농교도소인 의정부교도소(소장 김병준·55)의 영외 작업현장 모습이다.
의정부시 고산동813에 있는 의정부교도소가 재소자들에게 영농기술을 가르쳐 교화하기 시작한 것은 48년전.
지난 44년3월 「경성형무소 의정부농장」으로 문을 연후 현재까지 재소자들에게 영농교육을 통해 새 삶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축산교육도 병행해 종합적인 영농후졔자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재소자들이 일구는 농경지 13만여 평은 교도소와 인접한 국도변에 있으며 논이 10만여평·발이 3만여평.
이밖에 돼지를 키우는 축사가 8개 동 6백평, 계사도 10개동 5백 평이나 된다.
현재 교도소 밖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농교육을 받고 있는 재소자는 모두 1백인명.
영농교육은 희망자중에서 모범수들만 골라서 시킨다. 교도소 측은 죄질·연령·남은 형기·보호관계·수감태도 등을 종합해 대상자를 엄격히 선정, 도주사건 등에 대비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 84년의 한차례 도주사건 이외에는 아무 사고가 없었다. 교도소 측은 이를 큰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영농교육에 참여하고있는 1백50여명은 논농사 1백명, 밭농사 30명, 축산 20명씩 각각 배치돼 교도소에서 나온 영농기술지도담당관의 지도아래 일을 한다. 특히 지난 84년 이후부터는 트랙터·이앙기·경운기 등 20대의 농기계를 구비, 최신 영농기술을 익히고있다.
이들의 작업시간은 농번기의 경우 오전 8시∼오후 5시까지며 토요일은 오전까지만 작업하고 일요일은 쉰다.
점심은 교도소 급식차량이 현장까지 배달한다.
지난 한해동안 총 생산량은 40㎏짜리 벼3천 가마, 콩2백 가마, 돼지 1천여 마리, 닭 1만2천여 수로 연간 수익은 5억6천여 만원.
이렇게 거둔 수익금은 모두 국고로 들어가 특별회계에 편성된다.
이들이 생산한 쌀·콩은 전량 정부수매로 넘기고 돼지·닭고기는 서울·경기·강원도지역 교도소 재소자들의 급식용으로 제공된다.
새 삶을 개척해 가는 영농재소자들의 노력도 대단해 지난 한해만도 「농기계운전기능사」「채소기능사」자격증을 95명이 획득했으며 지난 8년 동안 모두 1천여 평이 각종 영농기능사자격증을 취득, 매년 1백여명씩 영농후계자의 꿈을 안고 사회로 나가고 있다.
대부분의 영농재소자들은 가족이 넣어주는 영치금을 모아 영농참고서적을 사 읽으며 속죄와 함께 새 희망을 가꾸고 있다.
의정부교도소 측은 전국교도소 가운데 가석방률이 가장 높고 재범률은 가장 낮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90년 입소한 영농재소자 김모씨(23)는 『남은 수감기간동안 농기계운전기능사 자격증을 취득, 특용작물을 재배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일하기 싫어하는 풍토 속에서 묵묵히 땀흘리며 속죄와 함께 영농의 꿈을 가꿔 가는 재소자들이 사회에 나가 훌륭한 영농후계자가 되는 것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의정부=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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