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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적대적 M&A 대비 현대중·동국제강과 주식교환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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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셀로-미탈 등 세계 주요 철강업체와 글로벌 펀드들로부터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포스코가 전방위로 '백기사 구하기'에 나섰다.

포스코는 26일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서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동국제강과 적대적 M&A 위협이 발생할 때 서로에게 '백기사' 역할을 해주기로 결정했다. 방법은 주식 교환이다. 우선 포스코는 자사주 1%를 현대중공업의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에 넘기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1.9%.144만4000주)을 같은 금액만큼 넘겨받기로 했다.

포스코의 자사주 1%는 87만2000주로, 거래금액은 3500억원에 이른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에 조선용 후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서 외국기업의 적대적 M&A 시도에 힘이 되어 줄 우군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동국제강 그룹과도 냉연사업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하고 계열사 주식을 맞바꾸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가 갖고 있는 포항강판의 지분 9.8%(58만8000주)를 매입하고, 포스코는 동국제강이 보유하고 있는 유니온스틸의 지분 9.8%(100만5000주)를 사기로 했다.

동국제강은 포스코가 지급한 금액(400억원)과의 차액(약 280억원)은 6월까지 장내에서 포스코 주식을 매입하기로 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냉연부문 계열사를 매개로 공급사와 고객으로서 30여 년간 쌓아온 신뢰 관계를 더욱 강화한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백기사 찾는다=포스코는 지난해 12월 세계 철강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취지에서 신일본제철과 양사의 주식을 서로 매입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그후 국내 '백기사'로 눈길을 돌렸다.

포스코는 금융기관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우선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을 택했다. 포스코 이구택 회장은 최근 우리은행장에 취임한 박해춘 행장을 직접 만나 포스코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에도 장내에서 1%가량의 포스코 지분을 매입했다. 지난해 주식매입약정을 통해 1%가량의 지분을 사들인 농협도 포스코로부터 '백기사'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도 힘을 보탠다=포스코 직원들도 '포스코 주식 1주 더 갖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경북 포항공장 직원들 사이에서 적대적 M&A에 대비하자는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시작한 캠페인이 서울 포스코센터까지 확산됐다. 두 달 만에 1만700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도 뛰어든다=포스코가 이처럼 적대적 M&A에 대해 만전을 기하고 있는 이유는 아르셀로-미탈과 같은 엄청난 자본력을 가진 공룡기업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뚜렷한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아르셀로-미탈의 락슈미 미탈 회장이 지난달 외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포스코와 우호적 관계이며 M&A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포스코는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이구택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누가 M&A를 하겠다고 선언한 다음에 M&A를 하느냐. 회사 가치를 높이는 등 평소에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회사의 덩치를 키워 인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동희 포스코 부사장은 최근 1분기 기업설명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여부는 가격이 문제가 될 것 같다"며 관심을 표명했다. 포스코는 후판의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가격만 적당하다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해 적극 뛰어들 태세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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