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쓰레기현상과 지도력 부재(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권교체기를 맞아 정부의 영이 안서고 행정력이 풀어지며 사회기강이 전반적으로 해이해지는 현상에 대해 우리는 총선직후부터 우리를 표시하고 경각심을 촉구해 왔다. 우리가 내부적으로 잘 정돈된 태세를 갖췄다 하더라도 오늘의 다사다난한 나라안팎의 문제를 제대로 대처하기는 벅찬 형편이다. 그런데 계속 이같은 풀어진 태세로 앞으로 반년이고 1년이고 더 간다고 생각하면 실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적 목표를 추진하는 건전한 지도력이 있어야 하는데 건전한 지도력의 발휘를 보기 어려운 것은 물론,그것을 걱정하는 논의마저 보기 어렵다.
가령 한가지 단순한 예로 오늘날 쓰레기문제로 나라가 몸살을 앓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이나 진지한 해결책의 모색을 볼 수가 없다.
사람이 살고 공장이 돌아간다면 으레 쓰레기가 나오고 폐기물은 생긴다. 우리가 우리땅 안에서 만들어내는 쓰레기와 폐기물을 우리땅 안에서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면 누가 할 것인가. 그럼에도 전국 어디서도 지역주민 반대에 부닥쳐 쓰레기 매립장이나 폐기물 처리장을 만들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면도가 그렇고,울진이 그렇고,최근 김포매립지 문제가 그렇지 않은가.
정부가 적지로 판단해 매립장을 추진해도 주민의 집단반대로 번번이 좌절되고 만다. 물론 내고장에 혐오시설이나 공해원이 들어서는 것을 주민이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른바 「님비」현상은 유독 우리국민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나라에 다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매립장을 전국 어느곳에도 만들지 못하고 있어야만 하는가.
여기에 바로 지도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누가 봐도 타당한 적지를 선정하고,해당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안주면서 오히려 지역발전에 도움되는 지원·건설계획을 세우고,이런 내용을 주민에게 납득시켜 성사를 가능케 하는 종합적인 추진능력이 우리사회에서 나와야 한다.
그 일은 물론 1차적으로 정부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껏 정부가 신용이 없는데다 계획에 허점이 발견되고 사탕발림으로 주민을 설득하려 한데서 번번이 실패만 거듭해 왔다. 솔직한 얘기로 이 정부와 고위공직자들이 좀더 신용이 있고 존경을 받았던들 쓰레기매립장은 벌써 몇군데 마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필요한 일인데도 정부가 해내지 못한다면 정당과 정치인이 나서고 사회여론이라도 나서 문제해결에 필요한 지도력을 보완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당이고 정치인이고 대권놀음·지분다툼에 바빴지 이런 문제엔 뒷전이다.
비인기를 감수하고서라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일에 발벗고 나서는 참다운 지도력의 문제를 정부와 정당과 정치인들은 심각하게 숙고해 볼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