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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대표가 직접 책임져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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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5일 밤 서울 염창동 한나라당 당사엔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당직자들의 자조와 탄식이 이어졌다. 이곳저곳에서 깊은 한숨소리도 나왔다.

밤 10시가 넘어 참패가 확실시되자 황우여 사무총장과 김성조 전략기획본부장, 심재철 홍보기획 본부장 등 임명직 당직자들은 일괄 사퇴로 의견을 모았다. 일부에선 "대패한 데다 표차가 큰 만큼 강재섭 대표가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창희 최고위원은 대전선거 패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대구 서구) 사무소 사무국장이 당원들의 선거법 위반 과태료 3000여만원을 대납한 사실이 드러났다. 선거 전 악재였던 만큼 공천 실패와 함께 문책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50% 지지율을 자랑하는 한나라당의 자존심은 개표 시작 두어 시간 만에 완전히 무너졌다. 투표 마감-개표 시작 시간인 밤 8시까지만 해도 '기대 반 걱정 반'의 분위기였다. 접전지였던 대전 서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패배는 예감했지만, 기초단체장 선거에선 선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믿었던 기초단체장 후보들도 개표 초반부터 맥을 못 췄다. 상황실을 지키던 김형오 원내대표는 "저녁식사만 하고 돌아오겠다"고 떠나더니 다시는 상황실로 돌아오지 않았다.

강 대표는 10시20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상황실을 방문했다. 그는 "선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이 주신 교훈을 가슴 깊이 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어 "당을 쇄신하고 새로운 각오로 반드시 정권을 창출하겠다"며 "이번 위기를 자기 반성과 성찰,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10여 분간 상황실에 머물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굳은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은 나경원 대변인은 "한마디로 참패다. 유구무언이다"며 "오만한 한나라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매서운 심판을 겸허히 수용한다"고 했다. 그는 "민심의 엄중함에 다시 한번 반성한다"며 "오만하지 말고, 부패하지 말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에 귀를 기울여 환골탈태, 분골쇄신하겠다"고 말했다.

대선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는 끝내 당사에 나타나지 않았다.

서승욱.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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